“백화점 매장에서 트는 배경음악도 음악 사용료를 내야한다.” “판매용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돈을 낼 이유가 없다.”
음반사와 가수들이 저작권법 규정을 놓고 현대백화점과 법정공방이 한창이다. 컴퓨터 파일이나 스트리밍서비스 등 일부를 변형한 음원을 판매용 음반으로 볼 것이냐가 핵심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법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저작권법을 재정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음반사 단체인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와 가수 단체인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협)는 공동으로 현대백화점을 상대로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백화점이 고객유인을 위해 매장마다 다양한 음악을 틀면서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공연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게 골자다. 지난 2009년 개정 법률에 따르면 판매용 음반으로 방송 또는 공연시에는 곡의 저작권 소유자 뿐 아니라 음악 제작자와 가수단체에도 판매음반의 공연에 대한 음악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단 판매용 음반이란 단서가 붙는다.
문제는 음악시장이 디지털화되면서 테이프나 음반이 아닌 형태로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서 이를 판매용으로 보느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법률상 음반 판매 목적이 아닌 음원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은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백화점과 음악단체간 주장이 맞서는 데는 지난해 초 스타벅스 매장의 배경 음악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커피매장에서 판매용 음반을 재생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스타벅스가 사용한 CD는 자체 제작한 것으로 판매용 음반이 아니므로 저작권료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역으로 스타벅스 매장음악을 `비 판매용 음반`으로 규정하면서 음반제작자와 가수에게 이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백화점 측은 스타벅스 판결을 예로 들면서 그간 지급했던 음악사용료를 줄 수 없다고 관련 단체에 알리면서 법정으로 싸움이 옮겨갔다.
백화점은 물론이고 대형 마트, 프렌차이즈 업체도 `현대백화점 소송건`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음악사용료가 1.5배 가량 늘면서 매장에서 음악을 틀지 않고 있다”며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재사용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사태가 저작권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음원제작자협회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이후 음악 유통시장에서 음반이 사라지고 디지털 파일 형태로 전환했고 이후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로 유통이 예상되는데 법은 `판매음반`이란 모호한 규정으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며 “저작권법이 현실을 담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음악단체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사업자들도 판매수익에 음악이 미친 영향을 적절히 보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개선된 만큼 권리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백화점 소송은 현재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변론 과정을 남기고 있어 오는 5월께나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최근 저작권법 논란에 대해 “법이 기술과 시대를 쫓아가지 못한 점을 일부 인정한다”며 “관련 조항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