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잠 못들게 만드는 法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공공기관 정보화 사업을 총괄하는 공무원과 IT서비스 기업의 공공 영업 담당 임원이다. 이들은 매일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하소연한다. 수년째 공공정보화 사업 업무를 맡지만 요즘처럼 걱정이 많았던 기억이 없다고 털어놨다.

Photo Image

불면증을 안겨준 것은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다. 올해 150억원 규모의 정보화 사업 발주를 앞둔 공무원은 개정법 시행으로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자 프로젝트 차질을 우려했다. 경험이 부족한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을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을 맡아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다.

`맡겨만 달라`고 읍소하던 IT서비스 기업 영업 담당자들의 태도가 싸늘하다. 중견 IT서비스 기업들은 규모가 커서 맡지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발주 사업이 두번 유찰되면 수의 계약이 가능해 대기업에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대형 IT서비스 기업 임원도 `입장이 난처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업 발주를 연기해야할지가 고민이다.

개정법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중견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사업 선별`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대형 사업은 위험 부담이 너무 커서 잘못했다가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80억원이 넘는 공공사업은 아예 후보 리스트에서 지웠다. 멍석을 깔아줘도 못하냐는 주관부처 공무원 질책도 귀에 안 들어온다. 설 연휴를 앞두고 `첫 사업부터 무조건 성공해야한다`는 사장의 지시를 들은 후 잠자리에 누워도 머릿속에는 `연착륙`이라는 단어만 맴돈다.

한 때 `공공 영업의 달인` 소리를 들었던 대형 IT서비스 기업 임원은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해외 사업으로 업무가 바뀐 다음부터 서점의 외국어 코너를 자주 들린다. 사회생활 대부분 공공 영업을 담당해 나름대로 탄탄한 인맥을 갖췄다고 자부해왔다. 어떤 사업을 맡겨도 자신 있었다. 그런데 해외 사업이 막막하다. 동남아 국가 언어는 아무리 들어봐도 생소하다.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봐도 동남아 국가와 연결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앞으로 공공사업은 쳐다보지도 말라는 경영층 방침이 내려진 다음부터는 일어서서 받던 공무원 전화도 간단한 인사만하고 내려놓는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중소·중견업체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 참여를 전면 차단하는 강수까지 뒀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이곳저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린다. 일부 대형 공공사업은 시행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벌써 `취지만 좋은 법`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왔다. 문제점은 드러났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는 공공 정보화 담당자들이 불면증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관계 당국과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불면증을 치료할 명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