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재라도 남겨야

새 정부 탄생을 앞두고 스마트그리드 업계는 새 희망보다 지난 5년의 실수를 반복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 선포와 2010년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발표했다. 실증단지 사업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사업도 추진했다. 제주도에는 대규모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가 들어섰다. 스마트그리드 기술 기반의 독립형 전력망인 K-MEG(한국형 마이크로에너지그리드) 국책 사업도 진행됐다. 온라인 전기차와 저속 전기차, 수용가의 에너지 사용정보를 알려주는 IHD(인홈디스플레이)도 개발 보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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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업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질 판이다. 1000억원의 국가 예산을 들인 온라인 전기차는 실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통령이 타면서 주목 받았던 저속 전기차는 아예 사라질 위기다. K-MEG사업은 외부에 가려진 채 사업 연속성 부재 등 부정적인 소문만 무성하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저속차 관련 교통법까지 마련했지만 정작 차량도, 제조사도 보기 힘들다. 제주도에는 관리가 되질 않아 방치 수준의 신재생에너지나 충전 인프라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술이나 기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 분야 기술개발·연구·사업 등을 통틀어 스타 인재나 단체(조직)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 대학, 정부 산하 기관들은 과제나 사업을 따내는 선수가 됐지만 이들에게서 다음세대를 기약할 수 있는 기대감조차도 찾기 힘들다.

되레 2011년 9·15 정전사태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매년 반복되는 여름·겨울철 전력난이 국민으로 하여금 에너지효율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원격검침인프라(AMI)·전기차와 충전인프라·지능형 수요반응(DR) 등 시장이 구체화되고 있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도 국가 비전에 스마트그리드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그리드가 초기에는 ICT를 접목한 지능형전력망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전력수요까지 걱정해야 하는 책임 산업으로 바뀌었다. 결국 우리 후대를 위한 인프라다. 시장성 없는 화려한 정책이나 정치적 도구로 더이상 쓰여선 곤란하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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