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비자 분쟁 `태평양 건너간 돈만 105만달러`

비자카드와 비씨카드 간 국제 카드 수수료 분쟁이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다.

비씨카드가 지난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비자카드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신고한 지 18개월이 넘어섰으나 결론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비씨카드가 비자카드에 과태료로 지급한 금액만 105만달러에 달한다.

13일 관련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비자카드는 비자 글로벌 전용망 사용을 놓고 3년째 지리한 분쟁을 계속 중이다.

비자국제운영 규정상 비자카드와 계약을 맺은 카드사는 비자카드의 글로벌 지불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비씨카드가 미국 스타, 중국 은련과 제휴한 카드에 비자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 망을 사용했다.

비자카드는 이를 문제 삼아 2011년 6월 비자국제규정을 들어 10만달러의 과태료를 비씨카드에 부과하고 매달 16일에 5만달러씩 비씨카드 법인 통장에서 같은 명목으로 빼가고 있다.

이에 비씨카드는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2011년 7월 비자카드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분쟁이 자칫 국제 통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사실상 없다. 비씨카드와 비자카드 역시 공정위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법률검토와 경제분석이 끝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공정위는 외국계 카드사라는 이유로 경제분석 결과를 외부 교수 2인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차 결론(안)이 나왔지만, 보완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심리를 맡겼다. 이 경제 분석 결과가 나와야 법률 검토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적게는 1년 이상, 길게는 수년 이상이 지나야 1차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카드업계는 공정위가 국제 분쟁을 우려해 비자카드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며 불만 섞인 시선을 보낸다. 비자카드 독선에 불만을 가져왔던 터라 비씨카드 행보에 동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기업과의 분쟁은 하나의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만 최소 1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분쟁 시에도 결론 내는 데 3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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