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엔저 현상이 연말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IB들은 엔·달러 환율이 2분기에 달러당 100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각종 전기·전자제품 등 한국과 주요 수출 품목이 겹치는 일본의 엔화 가치가 지속 하락하면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낸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등 60개 주요 외국 IB들의 1분기 말 평균 환율은 달러당 89.63엔이었다.
IB들은 엔·달러 환율이 2분기 말 90.68엔, 3분기 91.52엔, 4분기 92.66엔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95.81엔으로 올라가고 2015년에는 100엔을 넘어 101.11엔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이후에 환율 전망치를 새롭게 내놓은 JP모건 등 14곳만 따로 떼어 보면 전망치는 더 높았다.
이들 투자은행의 평균 환율은 1분기 말 91.50엔에서 2분기 91.93엔, 3분기 92.57엔, 4분기 93.14엔으로 오른 후 내년 말에는 97.00엔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내놓은 곳 중 크레디트스위스는 2분기 말 환율이 달러당 102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맥쿼리은행도 2분기에 100엔을 예상했다. 올해 말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 IB는 60곳 중 11곳(18.3%)이나 됐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105엔으로 전망치가 가장 높았고 모건스탠리도 100엔을 예상했다.
지난 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문가들도 내달 일본은행 총재가 교체되는 것을 계기로 금융완화가 한층 강화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현재의 달러당 93∼94엔대에서 105엔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작년 9월 26일 일본의 아베 신조 현 총리가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급속히 진행됐다.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기 부양을 주장하며 엔화 약세를 유도해 당시 달러당 77.71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지난 6일 장중에는 2010년 5월 이후 최고인 장중 94엔선까지 올라갔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일본과 가장 높은 경합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100엔대 엔·달러환율 상승이라는 2차 엔저 가능성이 커질 경우 수출경기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산과 외국인 자금의 한국 시장 외면이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