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신재생에너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2027년까지 전력예비율을 2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아래 석탄·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화력발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또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11%`라는 당초 목표를 상향조정, 올해 상반기내로 재설정한다. 태양광·풍력 등 주요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제도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대한 계획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3.1%에 불과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을 지금의 3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1GW 단위로 늘어나는 화력·원자력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목표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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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왜 확대하나=6차전력수급계획은 2027년까지 전력예비율 22%를 달성,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2027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7%(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12%로 확대하기로 했다. 설비규모는 2027년 기준 3202만㎾까지 늘린다. 설비용량 비중은 11.4%에서 20.3%로 커진다. 실효용량은 456만㎾다.

보급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술개발,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입지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원 구성은 설비용량 기준으로 석탄 28.5%, 원전 22.8%, 신재생 20.3%, LNG 19.8% 순으로 조정된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주력하는 데는 에너지독립을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믹스 구축, 내수 시장 조성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려있다. 이는 곧 신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이라는 정부 목표와도 궤를 같이 한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산업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7년 101개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기업은 2011년 224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용인원은 3661명에서 1만4563명으로 늘었다. 산업 매출은 1조2000억원에서 2011년 9조9000억원, 수출은 6억3000만달러에서 51억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금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맥킨지는 현재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동트기 전 어둠의 전환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성장 잠재력은 풍부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시장 규모는 728억달러다. LED 111억달러, 리튬2차전지 142억달러를 크게 돈다.

2015년 1024억달러, 2020년 1333억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풍력, 연료전지,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원별 막대한 규모의 시장 형성될 전망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의 대를 이을 차세대 산업이라는 평가다.

산업적 가치와 더불어 전력원으로서 신재생에너지원 가치도 크다. 화력·원자력 발전을 기저발전으로 삼고 태양광, 풍력, 지열, 연료전지 등을 분산형 전원으로 활용해 안정적인 에너지믹스를 구축할 수 있다.

◇결코 쉬운 목표 아니다=정부는 지난 2008년 제3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보급 비율을 11%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은 2011년 2.75%, 지난해 3.1%에 불과하다. 2004년 2%에서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5년 4.3%, 2020년 6.1%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원별 쏠림도 심하다. 2011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보급 현황을 보면 폐기물·수력·바이오 비중이 90%를 넘는다. 태양광(2.6%), 풍력(2.6%), 연료전지(0.84%), 지열(0.63%) 비중은 제자리 걸음이다. 신재생에너지 대표격인 태양광, 풍력 국내 누적 설치량은 718㎿, 48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GDP 대비 태양광 설치량(㎿/10억달러) 지수는 중국(0.59), 인도(0.45), 미국(0.22) 보다 현저하게 낮다. 수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지 않는 해외 기준으로 따지면 보급률은 더욱 떨어진다.

과거 발전차액지원제도(FIT)라는 보호막 아래 잠시 반짝인 것이 전부다. 정부 지원이 없으면 시장이 자생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시장을 육성하기도 버겁다. 2004~2006년까지 소요예산은 1조4717억원, 확보예산은 9301억원으로 목표대비 63%에 그쳤다.

예산 부담을 줄이고 시장 자생을 위해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도(RPS)의 성과 또한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정부는 RPS가 끝나는 2020년까지 국가 전체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행 첫해 대다수 대상사업자가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 발전공기업 5개사가 지난해 2%로 책정된 RPS목표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RPS추진으로 민간 참여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투자 또한 줄었다.

강태일 KC코트렐 전무는 “정부가 연간 2GW 수준으로 내수 시장을 늘려주면 국내 태양광산업이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내수 확대와 금융지원 등 태양광 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과거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새롭지 않다. 현실성과 근본적인 대책없는 선언적 계획이라는 지적이 되풀이 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3년과 2008년에 수립한 2·3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또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2006년 3.0%, 2011년 5% 목표는 애당초 무리였던 것으로 판가름 났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보급계획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일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은 에너지혁신 로드맵을 통해 세부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액션플랜을 마련, 이를 따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은 `수치만 있고 방법은 없다`는 지적이 따른다.

시장 유인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설치단계에서 지원이 주로 이뤄지면서 설비 품질 문제가 야기됐고 실질적인 발전량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도 시급하다.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대다수 신재생에너지사업이 경제성·환경규제 등에 묶여있는 실정이다. 풍력사업은 인·허가 단계에 묶여 있는 사업만 50건 이상, 설치규모는 1GW가 넘는다. 사업자는 산업진흥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와 규제를 전담하는 환경부의 이해관계 충돌로 애를 먹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위한 범부처 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가 있지만 현재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태양광PD는 “현재 제4차보급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구체적인 수치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2030년 11%를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연도별 보급 목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설정해 액션플랜이 따르도록 유도하고 신규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혼합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영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과장은 “RPS 제도가 태양광, 풍력 등 전력을 생산하는 산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열공급의무제도인 RHO 제도를 마련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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