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마존이 애플보다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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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제조업으로는 가히 넘볼 수 없는 분기 영업이익률(31.57%)을 달성한 경이적인 기업(애플)을 두고 적자로 돌아선 기업(아마존)에 너도나도 극찬을 보내는 상황이다.

글로벌 IT기업의 2012 회계연도 실적 발표가 막바지로 치닫는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야후·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줄줄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마리사 메이어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구조조정 효과를 본 야후를 빼고는 대다수가 복잡한 심경이었다. 매출은 올랐는데 실익이 없거나 다음분기 실적 전망이 나빴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4분기 성적표는 IT기업에 특별하다. 한 해의 마무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IT 최대 시장인 미국의 연말 성수기가 포함돼 그야말로 영혼을 건 진검승부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 분기 실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기도 하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45%나 줄었다. 덕분에 2012년 연간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최근 몇 년간 실적을 되짚어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30%가 넘는 매출성장세가 3년째 이어졌지만 이익은 계속 줄어든다. 그런데도 주가는 3배 가까이 올랐다. 왜일까.

아마존의 적자에 `이유`가 있다. `낮은 이익률(low margin)` 정책과 `과감한 투자`라는 나름의 경영 철학이 작동한다.

온라인 서점에서부터 도입된 낮은 이익률 정책은 전자책, 종합쇼핑몰 등 신사업에도 적용됐다. 스마트패드 `킨들파이어`도 199달러라는 초저가로 내놓았다. 단위당 이익은 적어도 다수의 제품을 팔아 서비스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플랫폼을 장악하면 이익 실현은 한순간에 이뤄진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콘텐츠·클라우드 컴퓨팅을 세 축으로 기업 혁신을 진행 중이다. 물류 및 결제시스템을 혁신해 온·오프라인 유통을 융합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여기에 전자책, 영화, 음악 등 콘텐츠와 쇼핑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다.

나쁜 실적에도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데에는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작용하는 듯하다. 베조스 CEO는 4분기 실적 발표 후 “우리가 바라던 대로 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최종 목표인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로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었다.

아마존을 싸구려만 파는 적자 기업으로 폄훼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팔고, 적자가 나도 미친 듯이 투자하는 기업. 그리고 그 기업을 믿고 꾸준히 신뢰를 보내는 투자자, 그 생태계가 정말 부럽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