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군수 물품을 조달하는 데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전투화 조달을 담당하는 한 군 담당자는 모든 면에서 성능이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전투화를 선정, 군에 공급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전투화 뒷굽이 오래가지 못하고 빠진다는 것이다. 제품성능 평가를 할 때는 기준을 충분히 통과했는데, 막상 군에서 사용하니 안정적이 못했다.

담당자는 고민 끝에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전투화 생산업체를 불러 뒷굽에 못을 좀 더 촘촘히 박아서 생산,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전투화는 뒷굽이 흔들거리거나 빠지는 문제가 없어졌고, 사병들도 전투화를 신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해당 담당자는 얼마 후 군 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문책을 받았다. 못을 추가로 박아 전체 무게가 기준을 넘어서는 전투화를 공급하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군의 경직된 감사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전투화 뒷굽에 대한 아이디어조차도 향후 감사 대상이 돼 징계를 받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이 투입된 무기체계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SW)를 누가 목숨 걸고 국산화를 하겠냐는 말이 근거 없이 나온 얘기가 아니다.
최근 무기체계에 내장되는 SW가 70%에 이르는 등 그 비율이 높아지면서 국산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방위사업청, 지식경제부 등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수백억원이 투입된 정책과제로도 진행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개발된 국산 국방SW가 실제 군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내에서 누군가가 책임지고 국방SW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를 시범적용이라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투화 조달하는 데도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에서 수천억원, 수조원이 들어가고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무기체계에 과감히 국산SW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사람은 없다.
군내에서는 최근 무기체계 SW에 대해 연구하고, 성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민군 전문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기체계SW연구소가 바로 그 대안이다. 향후 전쟁은 미래전으로 네트워크중심전(NCW)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군의 무기체계 접근 방식은 여전히 과거 탱크와 육박전을 내세우는 사고에서 머물러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