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 카운트다운]<4> 비즈니스 근본을 보자

자동차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지만 안전과 환경 등 큰 이슈도 함께 제공했다. 초기 자동차에는 보조거울 하나 달려있지 않을 정도로 안전 문제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길거리에 자동차라고는 겨우 셀 수 있을 정도였는데 무슨 보조 장비가 필요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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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도로 위에 배려하고 경쟁해야 할 다른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운행 상태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자동차 발명 30년 후인 1914년에 이르러 리어 미러(rear mirror)가 달린 자동차가 나왔고 오늘날과 같은 계기판이 달리게 된 것은 1930년대 일이다.

현대 운전자는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더 많은 점을 고려한다. 계기판은 기본이고 도로와 교통사정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어떤 길을 갈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스스로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고려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원하는 장소에 약속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이 발명된 것은 바로 운전경로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직감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있기는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된 수단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사례를 기업에 대입하면 애널리틱스와 빅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다. 기업 운영이 단순하고 경쟁이 제한된 시절의 의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 직관이었다. 여기에 기업 운영 현황을 알려주는 성과 지표를 설계해서 대쉬 보드를 구성하면 첨단 경영이라고 불릴 만했다. 문제는 경쟁 심화, 글로벌화 등에 따라 의사 결정에 고려해야 할 지표, 결국은 데이터가 넘쳐나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현대 경영에서 의사결정의 최고 덕목은 스피드라는데 어떻게 그 많은 데이터를 다 고려한단 말인가.

기업 의사 결정에서 계기판이 아닌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것. 이것이 선진기업이 애널리틱스를 도입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빅데이터 시대를 이해할 때 애널리틱스를 함께 고려해야만 의미가 있다. 많은 기업은 빅데이터와 애널리틱스 관점에서 분석솔루션과 기반 인프라와 같은 기술요소를 먼저 검토한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데이터의 형태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하니, 언뜻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선진기업이 애널리틱스를 경쟁력으로 만들어왔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는 앞뒤가 바뀌어 있는 것이다. 월마트는 경쟁이 심하고 규모에 비해 마진율이 낮은 산업 내에서 경쟁한다. 따라서 구매로 이어지는 고객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런 관점에서 4P(Price, Product, Place, Promotion) 의사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바로 이런 목표 아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소셜 데이터 분석을 고려한다. 의사 결정 지원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수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지속적으로 최적화 모형을 개선해나간다. 목표가 수립되고 실행 관점에서 기술이 뒷받침한 사례이다.

`애널리틱스 시대 구루`라고 불리는 토마스 데이븐 포트 박사도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가장 우선해야 하는 실행요소는 의사결정문제 파악(Identification)이라고 지적하며 의사 결정을 무엇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는지(Inventory)를 이해한 후에야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 것인지 어떤 기술요소가 필요한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필자가 만났던 많은 기업은 의사결정 문제 파악과 목표 선정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확신이 없는 분야에 기술적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다시 더 큰 고민에 빠진다. 우리 기업에 중요한 의사 결정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통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경쟁력과 비즈니스 장애 요소를 명확히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흐름을 쫓아 성급히 기술 요소 도입을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길이다.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기업 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진화해도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에서 내려지는 수많은 의사 결정 그 자체다. 무엇을 지원했는가는 그 다음 문제이다. 자칫 혼란스런 마케팅 용어의 홍수 속에서 기본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빅데이터 시대 성공기업으로 가는 비결이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sungwlee@deloitte.com)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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