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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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만 남았다. 숨 가쁘게 진행한 차기정부 부처 조직 개편 이야기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의 그림도 99% 완성됐다.

ICT전담부처 조직과 관련, 정책 수요자인 산업계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ICT를 방송 정책과 묶어 위원회 조직의 정치판으로 만든 현 정부의 과오를 과감히 정리한 점, 그리고 ICT정책 분산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ICT 기획기능 강화를 위해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 등 생태계 영역을 한 부처가 운용해야 한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격 수용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정부조직개편 세부 방안 기자간담회 자리는 박근혜 싱크탱크의 ICT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심이 그대로 전달된 자리였다. 싱크탱크와 함께 숙고를 거듭했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의 `진흥형 규제`라는 표현과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견해는 산업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간과하기 쉬운 갈등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쉬움도 있다. 산업과 ICT의 융합, 즉 융합산업 측면이다. ICT융합산업 발전은 이명박정부 성과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새 정부 개편안에 이를 계승할 방안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적었다는 게 `옥에 티`다.

그럼에도 인수위는 ICT를 둘러싼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정부 조직개편의 1% 남은 과제는 하부 업무 분장이다. 9부 능선에 올라선 지금이야말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 속담을 상기해야 할 때다.

과거 정부처럼 하부 업무 혼란을 적당히 봉합하면 조직간 갈등의 불씨가 된다. 힘들고 곤혹스럽더라도 `디테일`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디테일이 혼란스러우면 정책 수요자의 좋은 평가도 급반전할 수 있다.

규제 정책과 달리 육성 정책은 부처간 방향성 합의점만 도출해 낸다면 중복은 필요악이다. 공백 발생이 문제지 중복은 산업 육성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실제 현장에서 일할 정책 수요자와 집행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디테일`한 세부 조정과 `합의`라는 윤활유가 전제돼야 한다.

정책 수요자에게 중요한 것은 부처 조직이라는 큰 그림이 아니라, 세부적인 정책과 자신들의 애로를 제대로 파악할 하부 조직 접점이다. 과거 정부에서 경험한 부처간 모호한 영역 분쟁으로 권한과 책임이 이분화되면 정책 수요자들로선 또한번 혼란을 겪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믿음이 생기는 것은 부처 개편 발표 이후에도 정책 수요자들과의 분야별 미팅을 통해 현장에서 답을 구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