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상누각` SW 산업 정책, 기초부터 세워야

출발부터 잘못했다. 소프트웨어(SW) 산업 정책 얘기다. 정부가 온갖 활성화 정책과 방안을 내놨지만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성과가 얼마나 되는지 조차 모른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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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부실한 탓이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산업 통계다. 고치고 바꾸고 키우기 위해 현 상태를 제대로 알아야한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다. 업체가 몇 개인지, 전문 인력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대략 얼마로 추산된다는 식이다. 그 수치도 어디서 나왔는지 명확하지 않다. SW 수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얼마나 했는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오리무중이다.

새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서두에 꺼내는 시장 규모나 업계 수치 따위를 주로 외국 시장조사 기업 보고서를 인용한다. 자체 통계가 없다보니 이 수치가 맞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무작정 육성 발전에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자금을 투입하는 격이다.

SW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인 불법복제도 실태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해외 저작권 단체가 주장하는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온전한 대응책이 나올 턱이 없다.

통계를 내는 방법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사업자 신고제인데다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라 업체 수를 집계하거나 매출을 합쳐도 실질적인 시장 현실과 거리가 멀다. 심각성은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SW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주무 부처는 현실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업무가 바빠 대응을 못했다는 변명도 빼놓지 않는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 50여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대한민국 SW 산업 정책 현주소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만족스럽지 않지만 나름대로 산업 통계가 있었다. 관련 협·단체가 자체 비용을 들여 조사를 해왔다. 하지만 정책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산업 통계를 잡는 역할이 주로 전자산업 통계를 맡은 협·단체도 이관됐다. 산업 통계를 집계하는 게 비슷하다는 이유다. 이때부터 SW 산업 통계는 전자산업에 묻혔다. 전체 산업 군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집계될 뿐 세부 항목은 온데간데 없다.

모든 일에 순서가 있는 법이다. 집을 지을 때도 지질을 조사하고 땅을 다지는 지정(地定) 작업부터 한다. 그 바탕 위에 초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올리는 법이다. SW 산업 정책은 이러한 순서를 지키지 않았다. 그간 나온 SW 산업 육성책은 모래 바닥에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건물이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처 개편에 관심이 모아졌다. SW 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 변화가 예상된다. 5년 전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기초부터 바로 잡는 게 우선이다.


서동규 비즈니스IT부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