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빼돌린 핵심 산업기술로 동종회사를 설립해 관련 제품을 생산, 판매한 행위를 유죄로 확정했다.
16일 한국에이티엠아이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용덕 대법관)는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 모씨와 손 모씨 및 이들이 설립한 이레머티리얼스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 각각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한국에이티엠아이를 퇴사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 감광제 주입기구 및 특수포장재 관련 신기술 설계도면을 비롯한 영업비밀을 노트북과 USB에 담아 빼돌린 뒤 이레머티리얼스를 설립해 유사제품을 생산·판매해 왔다.
이에 한국에이티엠아이는 지난 2009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 1심과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이끌어 냈다.
대법원은 이들이 빼돌린 설계도면과 평가서는 회사의 영업비밀과 영업상 중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만큼 퇴사 후 2년 8개월이 지나 경업금지기간이 지났으나 임의로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사용하려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1심과 2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한국에이티엠아이는 이레머티리얼스 및 조 모씨와 손 모씨를 상대로 2011년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에이티엠아이는 이번 산업기술 유출로 인해 원가경쟁력이 악화되고 거래선이 줄어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 것은 물론이고 거래처로부터 단가인하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이로 인한 피해규모는 향후 몇 년 간 수 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이티엠아이 관계자는 “인적, 물적 손실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3년여에 걸친 긴 법정공방 끝에 우리 독자 기술을 보호받게 됐다. 이번 판결을 거울삼아 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로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반도체, 의료분야, 솔라, LED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이티엠아이는 올해 하반기까지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 1만1000㎡ 규모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 세계 시장에 판매할 반도체 및 FPD용 소재, 부품 관련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