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통제·검열로 막을 수 없는 SNS 언로(言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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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집중됐다. 광둥성 진보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의 파업으로 촉발된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집단 움직임이다.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신년호 사설을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바꾸려한 것이 해당 매체 기자들의 반발로 밖으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베이징시의 진보 일간지 `신경보(新京報)`는 남방주말의 파업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할 것을 요구한 베이징 시정부에 맞서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대표적 당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화룡점정이 된 것은 3100만명의 팔로어가 있는 인기 여배우 야오천(姚晨)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옛 소련 반체제 작가 솔제니틴의 “진실 어린 말 한마디는 전세계보다 무겁다”라는 구절과 함께 남방주말의 제호가 담긴 사진을 게재해 파업에 대한 지지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웨이보 이용자들이 해당 게시물을 퍼나르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수백명의 젊은 이들은 남방주말 본사를 찾아 동조 시위까지 벌였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위기에 놓이자 중국 정부와 해당 지자체 정부는 긴급하게 협상테이블을 열었다. 오는 3월 공식 출범하는 시진핑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로 언론인까지 중재에 나섰다. 지난 9일밤 협상이 성사돼 남방주말 기자들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양측이 어떤 타협점을 찾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은 이번 사건이 중국 정부와 언론 간의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중국 언론인들과 국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확인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여론이 순식간에 형성되고 언론 자유 및 검열 철폐를 요구하는 시민집회까지 열린 것은 진일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남방주말은 10일자 사설에서 “정부 규제 방법이 시대 흐름에 맞게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 확산에 맞춰 여론을 처리하는 최신 방법과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언론 수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수많은 금기어를 정해두고 인터넷을 검열해 제재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실시간 터져나오는 소셜미디어 여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언론은 정부와 당의 선전·선동의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 사건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로 출범하는 시진핑 정부가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 맞게 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세계가 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