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전담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수십 개 기업이 LNG를 직수입하는 일본보다 더 비싸게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업계는 우리나라의 가스공사 독점 수입제도가 불러온 폐해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에서 LNG 경쟁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9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공사가 호주에서 2013년부터 2038년까지 25년간 매년 364만톤의 LNG를 도입하기로 한 계약의 단가는 MMBtu(가스용량 단위)당 15.3달러다. 비슷한 시기 일본 가스업체가 호주의 같은 판매자와 계약한 MMBtu당 15달러보다 0.3달러 높다.
이 계약가격을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일본보다 매년 약 784억원을 더 주고 LNG를 사오는 셈이다. 2038년까지 25년간 장기 도입계약이므로 총 1조9600여억원을 LNG수입비용으로 더 지불해야 한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이전 3년 동안 연평균 LNG 도입가격을 일본과 비교하면 가스공사는 2008년 14%, 2009년 6%, 2010년 1% 더 비싸게 LNG를 도입했다.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11년에 LNG 스폿 물량 수입을 대거 늘려 우리나라보다 약 10% 비싸게 LNG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LNG 수입규모가 각각 세계 2위, 1위다.
가스업계는 가스 생산국과 대륙으로 연결돼 있지 않은 비슷한 도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도입구조의 차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가발전용 물량을 제외한 대부분 LNG를 독점적으로 가스공사가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동경전력 등 대형 전력사와 지역 도시가스업체까지 수십 개 기업이 경쟁적으로 직접 수입에 나서는 일본과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LNG 도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일본처럼 경쟁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지난 1998년 가스공사 민영화 추진을 시작으로 가스 도입·도매부분 경쟁체제 도입 추진, 가스산업 경쟁도입을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18대 국회 제출 등 움직임이 있었으나 일부 정치권과 가스공사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가스공사는 경쟁도입의 문제점으로 LNG 시장에서 구매자간 경쟁은 협상력 저하로 도입가격 인상요인이 될 수 있고 발전용 경쟁도입은 가정용 요금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민간발전사의 저가 LNG 도입은 소비자 혜택이 아닌 사업자 이익으로만 귀속되고 가스 산업의 공공성 훼손과 국가 전체 수급대란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LNG 판매 기업들이 일본바이어와의 가격협상을 가장 꺼려한다”며 “경쟁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최소 가격으로 LNG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와 시황분석 등으로 판매자를 꼼짝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