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미래 창조 과학 이라고?

인류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개념이 `국가`다. 애초에 땅과 바다와 하늘에는 주인이 없는 것인데, 국가라는 공동이익집단의 개념이 들어서면서 지구 표면에 수많은 `금`들을 그어 놨다. 그것도 아주 세밀하다. 그리 하고는 조그만 섬 하나 더 차지하려고 온갖 짓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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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민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세금을 내게 하고 선심을 베풀며 국민의 보호를 위해 무기를 사들인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국가`는 이미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공기와 물처럼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그러나 세계의 문화와 지식이 공유되는 21세기 국가관은 20세기 대부분 가졌던 폐쇄적 국가관과 분명 차별돼 진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동지역 많은 독재정권의 몰락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에 들어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국가에 대한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무조건적 `애국심`이 통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소통 없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좌초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대가 된 것이다.

대선이 있는 한 해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내 탓, 네 탓의 공방이 사회전체를 멍들게 하기도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맞는 새해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과 희망에 새로 들어설 정부의 청사진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추진하는 것 중 하나가 `미래창조과학부`신설이다. 작명이 조금 맘에 들지 않지만, 여하튼 과학기술을 하나의 부로 다시 독립시킨다는 면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하지만 기대되는 만큼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다. 과학은 정책이나 행정의 지나친 개입이 있으면 스스로 발전하는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검증과 정책 수반은 오랜 기간의 비전 및 정책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그릇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절대선이 있을 수 없는 것이 과학정책이라 할 것이다. 노벨상을 앞당기자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노벨상은 `으?으?`와 `퍼부어!`로 되는 게 아니다.

인력양성도 중요하고 각 분야의 고른 발전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과학자의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연구비 지원을 보장하는 특정과제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겠는가?

5년전 과학기술부를 없애고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겠다고 했던 당시 현 정부의 인수위 발표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반대서명을 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그러나 당시 인수위는 엄청난 표차이의 대선결과를 믿고 소통을 원하지 않았다.

인수위는 현 정부의 과학정책 성과를 엄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외국학자들을 유치해 과연 어떤 세계적인 성과를 이뤘는가 심각하게 각성할 필요가 있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책상머리맡에 앉아 주판알 한번 잘 못 튕기는 순간, 어딘가에서 묵묵히 열심히 연구하는 한 과학자의 꿈과 의지가 꺾여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를 지향하는 인수위가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의욕적이고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 빛나는 정책을 수립하기보다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연구를 지원하는 소박하지만 내실 있는, 과학자 스스로 빛나게 하는 정책들을 세울 것을 부탁하고 싶다.

김상규 KAIST 화학과 교수 skkim1230@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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