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창업이 화두다.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청년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부가 지난해 창업 지원에 쏟아 부은 예산은 1조 5893억 원. 전년도(6,364억 원)에 비해 무려 149%나 늘었다. 여기저기 서바이벌식 창업경진대회와 오디션 프로그램도 인기다. 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내면 유능한 기술자와 투자자(엔젤)가 자연스레 몰려든다.
과거처럼 창업하는 데 큰 자본과 비용이 필요치 않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 코드만 꽂으면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젊은이들끼리 서로 뜻만 맞으면 바로 스타트업(Start-up)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 `맨땅에 헤딩하듯` 벤처기업을 창업하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 덕분에 창업 환경이 좋아졌다.
기업가정신이 우리나라 미래 성장을 이끌 핵심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 촉매제로 창업을 꼽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창업센터를 방문해 “젊은 사람들이 모험심도 강하고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이게 줄어들어 걱정”이라면서 “어른들은 실패하면 망한다고 하지만 여러분은 (젊으니까) 실패해도 되고, 도전하면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인생 도전과 일자리 마련을 위한 해법으로 창업을 적극 추천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우리 청년들도 조금씩 창업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학내일연구소가 20대 대학생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36%가 창업에 관심을 보였다. 18%는 실제 창업 아이템을 찾으려 노력한다.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세워봤다는 응답도 14%에 달했다. 학생들이 창업을 고민한 이유는 창업 자체만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가 48%,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가 23%를 차지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다.
창업은 분명 고난의 길이다. 제대로 `눈물 젖은 빵`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수많은 창업가들이 한순간 실패로 신용불량자, 심지어 노숙자로 전락했다.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01년 50.2%에서 2011년 18.4%로 31.8%포인트나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30대 이하 CEO 비율 또한 2002년 12.6%에서 3.6%로 하락했다. 젊은 층의 창업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한국에서 창업은 `도전`이 아니라 `도박`에 가까운 모험으로 인식된다. 성공한 사업가는 일부 특수한 사람이며, 우리와 유전자 코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갖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 사람은 30%에 불과했다. 미국(73%), EU(49%), 중국(40%), 일본(32%)과 비교해 가장 낮다.
창업해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자칫하면, 본인 뿐 아니라 온 집안 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 벤처 투자가들이 창업가의 최우선 자질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용기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꼽는 이유다.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에 우리 젊은이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한번 굳어진 선입견과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에서 사법고시나 공무원시험을 통과하면 마을 입구에 플래카드가 붙는다. 명문대학과 대기업에 합격해도 마을 잔치를 연다. 그러나 우리가 창업에 도전하면, 그 순간 온 가족이 불안에 떤다. 중요한 것은 자본이나 기술력이 아니다. 주변 걱정과 스스로의 두려움부터 먼저 극복해야 한다. 우리나라 창업자가 뛰어넘어야할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선배들은 젊은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유한다. 과연 우리는 창업할 수 있을까.
주상돈 벤처경제총괄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