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형 홈쇼핑PC, 알고보니 ‘2011년형?’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데스크톱PC 판매 실적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PC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새로 PC를 구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분기만 해도 국내 PC출하량이 17%나 줄어들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판로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TV홈쇼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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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지속된 요즘은 외산 PC 업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외 주요 PC 업체들까지 홈쇼핑에 제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TV홈쇼핑이 현란한 화면효과와 과장된 설명으로 소비자를 호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 지난 2012년 12월 29일 롯데홈쇼핑(www.lotteimall.com)이 판매한 ‘27형 IPS 3D TV팩’ 방송 내용을 검증해 보았다. 이 제품은 인텔 펜티엄 G860 프로세서와 LG전자 27인치 3D 모니터, 캐논 복합기를 한데 엮어 95만 9,000원에 판매하는 패키지다.

◇ 제품은 2013년형, 핵심부품은 2011년형? = 방송 영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2013년형 최신제품’이라는 문구다. 하지만 이 제품에 들어간 프로세서는 인텔 펜티엄 G860이다. 인텔 웹사이트(ark.intel.com)에서 조회해 본 결과 최초 출시일이 2011년 3분기로 출시 이후 최소한 1년 이상 지난 제품이다. ‘최신제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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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방송 영상. ‘2013년형 최신제품’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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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 웹사이트에서 조회한 펜티엄 G860 프로세서 정보. 출시 시기는 2011년 3분기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최신제품’, ‘○○○○년형’이라는 말을 보고 막연히 최신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해당 PC업체가 내놓은 최신 제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들어간 부품까지 최신 부품이라는 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 동영상 많이 돌리면 성능이 높다? =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바로 동영상을 20개씩 동시 재생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하지만 복수 동영상 재생이 성능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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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20개 재생중’이라는 자막이 눈에 띈다.

이유를 묻자 “한 번에 동영상을 2개 이상 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상 없다. 또 해당 방송에서 쓴 동영상 품질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펜티엄 G860이 내장한 그래픽칩셋 ‘인텔 HD그래픽스’로 저해상도·저화질 동영상을 20개씩 동시에 돌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많이 재생해 성능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본다”라고 답변했다.

◇ 3D 모니터로 입체영상 본다? =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3D 기능이다. 해당 상품을 소개한 웹사이트는 ‘변환 프로그램인 트라이데프3D를 설치한 후 3D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최소한 엔비디아 지포스 8600GT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써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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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상품 웹사이트 설명. ‘엔비디아 지포스 8600GT급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써야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하지만 펜티엄 G860 프로세서에 내장된 인텔 HD그래픽스 칩셋의 3D 성능은 5~6만원 내외에 살 수 있는 엔비디아 지포스 GT630이나 AMD 레이디언HD 6670등 보급형 그래픽카드보다 현저히 낮다. 결국 3D 게임을 입체로 즐기려면 그래픽카드를 따로 장만해야 하는 셈이다. 모니터가 내장한 2D to 3D 변환기능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3D 깊이감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 “단어 단위로는 틀린 말 없지만…” = 물론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PC는 조립PC에 비해 A/S가 쉽고 제품을 영상으로 보여 주어 직접 제품을 접하기 힘든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는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홈쇼핑 방송의 규제가 심해져서 한 마디 한 마디 전부 걸고 넘어진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 때문에 단어 단위로 떼어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세히 살펴보면 미흡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홈쇼핑 주 시청층인 40·50대 소비자는 현란한 영상과 쇼호스트의 설명, 혹은 사은품만 보고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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