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폰의 무덤 日서 '재팬 드림' 현실로

삼성전자가 `외산폰의 무덤` 일본에서 처음으로 휴대폰 매출 2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갤럭시S2`에 이어 `갤럭시S3`도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전자강국 일본의 자존심과 배타성에 번번이 좌절됐던 삼성전자의 `재팬 드림`이 현실로 나타났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포함한 자사 휴대폰 매출총액이 20억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갤럭시S3 출시 6개월여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갤럭시노트2는 석 달 만에 40만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국 시장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한다. 사실상 일본이 `제2의 안방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선전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는 독보적인 1위를 기록했다. 2011년 갤럭시S2가 삼성전자 휴대폰으로는 처음 밀리언셀러에 오른 데 이어 갤럭시S3는 지난해 6월 출시되자마자 월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갤럭시노트2도 지난해 10월 일본 스마트폰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갤럭시 브랜드를 달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삼성전자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함께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피말리는 승부를 벌인다. 피처폰을 합친 전체 시장 순위는 4~5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휴대폰 시장도 스마트폰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빠르다. 전체 시장 순위에도 삼성전자의 대약진이 예상됐다.
삼성전자 휴대폰 돌풍은 전자왕국 일본의 아성을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그간 전략 휴대폰을 내세워 일본 시장 진출을 모색했으나 번번이 일본 기업 텃세에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08년 프리미엄폰 `포토스`를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에서 출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옴니아폰 등 여러 후속작을 일본에 출시했지만 샤프, 후지쯔 등 일본 휴대폰에 밀려 외면받았다.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을 뚫은 것은 품질뿐만 아니라 소비자 기호에 맞춘 최적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첫 히트작 갤럭시S2에 일본 지상파DMB `원 세그` 수신기능을 탑재해 아이폰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NTT도코모가 아이폰 대항마로 갤럭시 시리즈를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난공불락 시장마저 석권하면서 삼성전자가 준비해온 세계 동시 출시 전략(글로벌 싱글 론칭)도 가능할 전망이다.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4`가 한국과 동시에 일본에서도 시판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만큼 소비자 눈높이가 높은데다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며 “한국과 일본에서 통한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