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013 전자산업은 `글로벌 에코시스템`이다.

올해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에서 매우 의미있는 해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에서 출발한 우리 디지털 산업은 소프트웨어와 접목하고, 다양한 부품·콘텐츠·서비스 기술을 흡수하며 변화해 왔다. 2013년은 그동안의 변화를 점검하고 적절한 새로운 방향을 점검해볼 시기다.

그동안 시장추종자였던 우리 전자산업은 세계 시장을 리딩하는 위치에 섰다. 이 때문에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물론 시장을 선도할 경우 얻는 가치는 더욱 달콤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우리 전자산업이 맞이할 새로운 도전과 기회요인을 주요 키워드에 맞춰 점검해 본다.

◇시장창조-시장선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3년 핵심가치로 각각 `시장 창조`와 `시장 선도`를 내걸었다. 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 이를 판매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전자 대표기업이 되려면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가장 앞서서 시장과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시장을 스스로 만든 제품의 대표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이다.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키면서 새로운 마켓을 열었고, 최고의 실적을 구가한 바 있다. `디지털 코리아`의 위상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만들고 선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영역 파괴

산업간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기업간 경쟁은 같은 업종, 동종 아이템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간 칸막이가 분명하지 않은 시대다.

삼성전자·LG전자는 구글과 운용체계(OS)를 놓고 협업을 하면서 경쟁도 한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포털과 기기 제조사간에 벌어진 일이다.

수년전 만해도 별도의 사업 아이템이던 MP3 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터도 스마트폰 안에 흡수되기도 했고 잠재적 경쟁자 관계에 놓였다.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에 잘 대비할 수 있는 유연한 사업구조가 중요하다. 새로운 컨셉트에 대한 혜안도 중요하다.

◇융복합

기술간, 제품간 융복합화는 꾸준히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의료 진단용 반도체는 의학과 반도체 집적기술의 결합을 통해 탄생했다. 원격진료와 스마트러닝 등은 개별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산업이다.

융복합은 전통산업의 고도화를 설명하는 대표 어휘처럼 됐다. 조선IT, 자동차IT, 스마트 의류 등 전통산업들은 IT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켰다. 기술의 융복합은 단순히 `1+1`에 그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플러스 알파`가 만들어져야만 진정한 융복합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

최근 3·4년간의 전자산업을 아우루는 대표 키워드다.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가 등장했고, 스마트가전도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다. 기기의 `똑똑함` 은 최근 제품간 경쟁의 핵심이다. 새해에도 갤럭시노트2와 옵티머스G를 능가할 다양한 스마트폰이 등장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이고 구글과 애플도 새해에는 스마트TV 경쟁에 보다 깊숙히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가전의 진화도 주목된다. 네트워킹 기능 이외에 지능형전력망과 연계해 전기 소모 자체를 줄여주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똑똑한 가전 신제품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거리가 될 것이다.

◇생태계

새로운 시대에는 개별 기업 능력보다 기업군, 협력업체를 포함한 생태계가 중요하다. 기기(디바이스)는 물론이고 콘텐츠, 서비스를 묶은 토털 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진정한 전자산업 강자가 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IT기업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특유의 세트 조립 능력에다 사내에 최고의 부품(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확보하고 있다. 수직계열화의 힘이다. 우수 협력 업체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부품 이외에 소프트파워 생태계도 아주 중요하다. OS와 콘텐츠, 서비스군을 포괄한 개념이다. 스마트기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럴수록 무형의 생태계와 우군 기업 확보는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허·표준

우수한 기술이 세상을 주도한다. 오류가 없는 명제처럼 들리지만 특허와 표준을 잡지 못하면 실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특허전쟁을 펼쳤다. 아직도 대립각은 날카롭게 서있다.

특허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허는 강력한 경쟁자를 견제하는 수준을 넘는다. 상대방을 무너뜨릴 무기까지 될 수 있다. 표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북미·유럽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특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이 때문에 소송이 벌어지면 적당한 보상을 하고 협상을 마무리하던 관행도 있었다.

하지만 차세대 전자산업 강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허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올 한해도 특허권을 둘러싼 전자 업계의 대립은 분명히 계속될 것이다.

◇UX

모든 사람들은 보다 편리한 기기 사용법을 선호한다. 아예 매뉴얼이 없도록 만든다면 금상첨화다. 스마트기기는 태생적으로 여러 기능을 복잡하게 내장한다. 하지만 사용법까지 복잡해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스마트 강자다.

TV 리모컨의 개발 방향은 여러 기능의 버튼을 넣는 것이 아니라 조작 버튼 수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된다. 이 때문에 직관적인 음성·동작 인식 기능들이 강조된다.

전자제품에 작은 패널이 탑재돼 제품 기능을 설명하고 사용을 간편하게 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전자산업에서 디자인의 핵심은 단순 미관 보다는 UX 최적화다.

지난 연말에는 우리나라 산학연이 대거 참여하는 `가전접근성 포럼`도 발족했다. 사회소외계층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프리미엄

`프리미엄 제품은 경기불황을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2600만원에 달하는 84인치 울트라 HDTV가 예상보다 많이 팔렸다. 400만원이 넘는 김치냉장고도 큰 인기를 끌었다.

업체들은 앞다퉈 프리미엄 제품전략을 내놓고 있다. 제품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다. 프리미엄 전략은 회사 매출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회사가 전반적인 고급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한다. `프리미엄 제품 대결`에서 한번 뒤로 밀리면 틈새시장만을 공략하는 그저그런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자업계는 대량 판매에 강점을 지녀왔다. 하지만 일렉트로룩스 등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승승장구하는 업체도 있다. 업체마다 대형화·고급화를 통한 프리미엄 전략은 새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수출 중심이다. 내수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다.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각 지역별 `제품기획-생산-유통-마케팅-사후관리`에 이르는 전주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휴대전화 버튼을 오른쪽에 두고, 미국에서는 하단에 둬야 할 때가 있다. 지역에 따라 냉동고를 하단에 두기도, 상단에 배치하기도 한다. 글로벌 시장을 두루 섭렵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산지역을 어디에 둘 것인가, 현지 유통채널과의 좋은 협력관계를 맺는 것까지 글로벌 전략은 토털 대응력을 필요로 한다. 각 시장마다 마케팅과 사후관리(AS) 정책도 달라야 한다.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세부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브랜드

삼성이 지난해 우리 기업으로는 최초로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9위에 올랐다. 브랜드 인지도는 단순히 매출만 많아서, 또는 신제품을 많이 내놓는 것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품 기술력과 우수성보다 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가질 수 있는 게 `브랜드 파워`다.

대신 한번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면 그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이미지는 제품이나 기술보다 수명이 길고 후행적 성격을 띤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과 TV 등에서 글로벌 1위에 올라있는 품목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좋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호감형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노력은 더 많아져야 한다.

기업들이 스포츠대회를 후원하고, 각 지역별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표. 2013년 전자산업 키워드

[신년특집]2013 전자산업은 `글로벌 에코시스템`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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