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뢰없는 투자활성화는 없다

이명박 정부가 국내외에 남긴 가장 큰 실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꼽는다. 환경보호를 생각하게 하는 `녹색`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성장`을 결합한 기막힌 조합이 국제사회에 통했다. 이제는 국제사회도 `코리아`라고 하면 `그린그로스(녹색성장·Green Growth)`를 떠올릴 정도다. 특히 올해에는 우리가 주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국제기구로 이름을 올렸고 녹색기후기금(GCF)이라는 국제기구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해 녹색성장의 본거지임을 세상에 알렸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녹색성장이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 국정 어젠다로 발표할 당시부터 녹색금융 정책을 선보이며 녹색 벤처 투자활성화에 나섰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자금줄을 쥐고 있던 금융기관이나 벤처캐피털이 발 벗고 나서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가 저조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녹색산업이나 녹색기술 등을 계량화하고 평가할 기준이 없어 녹색인증제까지 도입했지만 금융기관 등 투자자의 주머니를 열기는 쉽지 않았다. 1990년대 말 불어 닥친 벤처열풍과 묻지 마 투자로 인한 거품이 꺼지면서 얻은 학습효과가 작용하기도 했다. 녹색기술로 제2의 벤처투자붐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투자하려는 금융기관·벤처캐피털과 투자를 원하는 중기·벤처 사이에 두터운 신뢰가 없었던 점도 투자활성화의 걸림돌이 됐다. 서로의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신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지식경제부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정보기술(IT) 중소기업과 투자할 기업을 찾는 벤처캐피털을 연계해 주는 자리를 가졌다. 모바일·스마트화와 함께 산업의 IT융합화에 따른 시장 확대로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자와 수요자 간 정보 미스매치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벤처캐피털은 진흙 속에 숨어 있는 원석을 발견해 가공해서 값비싼 상품으로 만들 수 있고 중기·벤처는 투자자를 만나 투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활성화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나 서로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게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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