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머리로` 창조경제를 한마디로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몸으로 한 산업화·정보화시대에서 머리를 쓰는 창조경제시대로 넘어오면서 지식과 창의력이 더 중요해졌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주축은 여전히 전자·기기 등 물질 기반 산업이다. 제조산업은 또 우리가 금융위기에도 버틸 수 있게 해준 지렛대였다. 창조경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기반 위에 상상력을 보태 부가가치가 더 높이는 게 핵심이다.
전통산업과 중화학산업에 ICT가 `스며드는` 수동적 개념이 아니라 `견인하는` 적극적·능동적 개념이다. 연구개발 개념도 상상개발(Imagine & D)의 시대로 한 차원 넘어선다.
박근혜 당선인은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우리 경제의 해법으로 `창조경제`를 내놓았다. 국민행복기술(ICT·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새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 부재라는 악조건을 대량 생산과 노동집약, 수출 드라이브로 상쇄했다. 산업 경제 시대에 유효했다. 그러나 지식 경제, 스마트 경제 시대에 이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제3 세계 국가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창조경제란 세상에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블루오션 경제다. 블루오션을 먼저 차지하는 선점경제기도 하다. `창업국가`의 역자 윤종록 연세대 교수는 “창조경제는 일자리 창출의 출발점이자,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려면 전제조건이 많다. 정부, 기업, 국민 등 경제주체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법과 제도 역시 더 유연해져야 한다. 산업화 시대 틀을 벗어나지 못한 관료주의 문화도 혁파해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교육시스템의 대수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부터 `창조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는 정보화를 주도하면서 전자정부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행정·대민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공무원 조직 문화나 마인드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다. 업무 처리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업무는 10년 전과 거의 똑같다. 창조적인 일을 벌이면 당장 감사원 감사나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다. 관료들도 `복지부동` `영혼이 없다`와 같은 비판을 잘 알지만 조직과 업무 틀이 바뀌지 않으니 변화할 수 없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정책을 만들 공직사회부터 창조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무 절차에 초점을 맞춘 공무원 감사를 창조적인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의욕과 도전을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간 푸대접한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의 적극적인 발탁도 필요하다.
단편적인 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현 정권처럼 “ICT 인프라 투자는 할 만큼 다 했으니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발상이다. 창조경제는 첨단 기술과 서비스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더 좋은 인프라에서 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나온다. 윤 교수는 “창조경제의 실천 전략인 창업 정책은 ICT와 과학기술에서 비롯되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게 핵심”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기술과 상상력 기반 창업을 중시하는 국가경영 철학”이라고 조언했다.
〃 창조경제 패러다임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