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분쟁 중심지로 미국 연방지방법원과 더불어 미국무역위원회(ITC)가 떠올랐다. ITC는 사법기관이 아니라 관세법에 의거한 행정기관이다. 미국 이베이 판례 이후 연방지방법원에서 금지명령이 힘들자 관세법 337조에 의해 미국에 수입되는 제품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면 불공정 무역행위로 수입금지를 내릴 수 있는 ITC가 중요해졌다.
ITC와 지방법원 소송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ITC는 수입 금지만을 다룬다. 행정판사(ALJ)가 준사법성격의 특허침해여부 조사 절차를 거쳐 예비 판정 후 위원회가 특허침해로 최종 판결하면, 대통령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수입금지가 발효된다. 둘째, ITC절차는 초고속으로 진행된다. 보통 2~3년간 소요될 소송비용이 한꺼번에 들어가므로 소송비용이 아주 높다. 셋째, ITC는 삼파전이다. 원고 피고 중심의 지방법원과 달리 공익을 대변하는 ITC스태프가 삼자로서 모든 절차에 독립적으로 참여한다. 배심원 없이 판사가 판결하므로 전문적이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ITC 원고는 소위 `국내산업 요건(Domestic Industry)`을 만족해야 한다. 특허가 적용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미국에 있거나 수리나 서비스 인력이 미국에 있어야 한다.
최근 ITC 소송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업체끼리도 해외에서 제조한 제품을 수입 금지하기 위해서도 ITC 소송을 한다. 특허전문회사(NPE)도 금지명령이 가능한 ITC에서 특허 소송을 높이고 있다. ITC 소송을 당하면, 비침해나 원고 특허 무효화 시도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역공을 시도하려면 보유한 특허를 갖고 ITC 역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제소 당하자마자 ITC 역제소를 하면 비슷한 시기에 두 소송이 끝날 수 있으므로 서로 협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다. 상대방이 NPE인 경우에는 생산을 하지 않으므로 역제소가 소용이 없다. NPE는 미국 내 상당한 라이선싱 활동과 원고 자격이 있다. 라이선싱 활동을 증명하려면 특허포트폴리오보다 제품과 연결된 특허에 밀접히 관련된 라이선싱이 있고 특허매입비용은 라이선싱 비용에 들어가지 않는다.
표준 관련 특허로 표준화 단체에서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를 주겠다고 약정한 소위 프렌드(FRAND)표준 특허는 로열티 관련 계약 이슈이므로 ITC에서 금지 명령으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애플을 중심으로 높다. 현재 ITC는 FRAND 표준특허도 일반특허와 같이 진행한다.
ITC 소송에서 특허 청구항 하나라도 침해하면 수입금지가 발효되므로 피고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그러나 준비를 많이 하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평소에 경쟁사 특허를 분석해 언제든지 역ITC제소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특허를 외부에서 매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적으로는 ITC 판사를 한국에 초청해서 기술 발전상을 보여주면 국가간 편견을 불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충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부사장(ck.ko@i-discove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