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쾀TV` 국내 기술 표준안 제정 불발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클리어쾀TV` 국내 기술 표준안 제정이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의 반대로 불발됐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사업적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표준안 부결과 관계없이 새해부터 업계 자체 표준으로 저소득층용 클리어쾀TV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 주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열린 총회에서 `클리어쾀 기술 표준안`이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 반대로 부결됐다. 표결을 통해 표준안을 제정할 예정이었지만, 유효 투표수의 절반이 반대해 표결도 하지 못했다.

TTA 표준 총회는 유효투표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TTA 표준 총회 의결권은 총 438개며, 이 중 KT 100개, SK텔레콤 77개, LG유플러스 30개로 절반에 가까운 207개가 통신사 몫이다. 통신 3사가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능하다.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는 클리어쾀TV 표준안이 케이블방송사업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IPTV업체 한 관계자는 “클리어쾀TV는 케이블사업자만을 위한 정책이라 지상파, IPTV, 위성방송 등 케이블을 제외한 전체 사업자가 반대한다”며 “정부가 케이블사업자뿐만 아니라 IPTV, 위성방송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클리어쾀TV와 같은 비슷한 혜택을 도입했다면 이런 반대는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저소득층에 한해 클리어쾀TV를 판매하는 법부터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클리어쾀 표준안은 가입대상을 제한하는 방안을 기술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고, 이를 법제화한 다음 표준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며 “클리어쾀TV가 오용될 경우 저가 유료시장이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케이블TV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기술표준 제정을 위한 TTA 총회가 기술적 문제가 없는 클리어쾀TV 표준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해관계에 치우친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디지털방송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 한 관계자는 “TTA는 민간 자율 기관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인가를 받은 법정단체로서 정보통신, 방송 분야 기술표준화를 담당해왔다”면서 “특정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잘못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IPTV사업자들이 경쟁사업자 견제 차원에서 기술표준 자체를 부결시킨 것은 기구 구성과 공신력에 큰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는 클리어쾀TV 표준을 TTA가 아닌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KLabs)을 통해 케이블업계 표준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방통위 역시 TTA 표준과 상관없이 계획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클리어쾀TV 보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송상훈 방통위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클리어쾀TV는 강제 대상이 아니라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공식 표준이 안 되면 업계 표준으로 가면 된다”며 “이미 가전사와 케이블 업계에서 클리어쾀TV 개발과 표준화가 다 끝났으니 내년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클리어쾀TV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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