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환 에이엔티홀딩스 대표는 호텔관광경영학과 출신이다. 단지 전공일뿐, 그의 호기심은 사방으로 뻗어있다. 무역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그가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다. 고 대표는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에는 4년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 평범하게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려고 해봤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은 뭐든 해야 직성이 풀렸다. 해외 봉사활동, 행정고시 모임, 라틴 댄스 모임, 외교관 모임 등 안 해 본 것이 없다. 그는 매년 자신의 생일에 각종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 입장료 1만원의 생일 파티를 연다. 지난 2001년 파티에는 1000명이 모이기도 했다. 친구들 역시 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워한다. 그야말로 `네트워크` 파티다. 그가 성공 키워드로 내세운 `인간 복덕방`이란 말도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
고경환 대표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신뢰`다. 정치인들이 구호처럼 내세우는 추상적 단어의 `신뢰`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신뢰`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그래서 한층 더 믿음이 간다.
지난 2000년 스무 살 때 고 대표는 `주식 부티크`란 회사를 창업했다. 그야말로 1인 기업이었다. 인터넷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것이 시작되던 시점, 컴퓨터 두 대를 사왔다. 밤에는 외신 뉴스를 모조리 읽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조류 독감이 퍼지면, 닭고기 관련 주식이 떨어지고 돼지고기와 쇠고기 값이 오를 것을 예상했다. 밤마다 외신을 읽고, 아침 주식 장이 열리면 관련 주식을 샀다. 주변 지인들에게 500만원씩 10구좌를 투자받았다. 5000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금방 몇 억으로 불었다. `정보의 시간차`를 이용한 주식 투자였다. 그러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굴리는 돈은 점점 많아졌지만, 정보의 시간차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줄었다. 주식 시장도 안 좋아지면서 그렇게 굴린 돈은 모조리 빚이 됐다.
고 대표는 “부동산 몇 채 값을 날렸다”며 “지난 2010년까지 9년에 걸쳐 갚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 이후 정신력이 강해져 이제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며 “오랜 기간 조금씩 빚을 갚으면서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창업은 친구의 `고기 선물`이 계기가 됐다. 생일날 그의 학교 선배는 `안심 10kg`을 보내줬다. 지난 2003년 당시 수입산 고기를 유통할 수 있는 유통업자는 단 두 곳의 회사였다. 한 회사는 호텔 납품을 담당했고, 다른 회사는 호텔 외의 식당이 거래처였다. 그는 식당에 납품 하는 곳을 접촉해 고기를 유통업을 시작했다. 주말 아침마다 가정에 고기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였다.
고 대표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고기를 집에서 먹는 것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직접 방문해 먹는 게 더 유행인 때였다”며 “문화 코드를 잘못 잡았다”고 고백했다. 친구들 4명과 함께한 이 경험은 `유통업`과 `문화 코드`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차린 세 번째 회사인 에이엔티홀딩스는 지난 2008년 일본 유학시절 위치기반(LBS) 외식업체 검색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면서 시작했다. 1인 창조 기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식구가 20명 가까이 늘었다.
올해 매출은 벌써 10억원이다. 지난해 5억원에서 두 배로 뛰었다. 고 대표는 “인원과 매출, 수출이 매년 두 배씩 뛰게 만드는 것이 사업 목표”라며 “내년은 20억원 이상, 고용도 25명이상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비전도 명확했다. 고 대표는 “의식주에 기반을 둔 사업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하는 것도 전화를 이용하는지 메신저로 오고 가는지 이용 수단이 바뀐 것 뿐,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 도구들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러다임이 변화(Change)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Shift)한다는 뜻이다. 그는 “아날로그를 모르면 디지털을 이해할 수 없다”며 “둘 다 공존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고 대표는 앞으로 여행, 음식, 숙박, 음악, 사진, 쇼핑 등 우리의 일상과 관련되는 `의식주` 콘텐츠에 승부를 걸겠다고 설명했다. 그가 내년 2월 시장에 내놓을 서비스는 `큐레이팅 앱`이다. 페이스북, 싸이월드, 카카오톡, 블로그 등에 흩어져 있는 사진을 검색해 한군데로 모아주는 서비스다.
이렇게 끌어오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가치관은 뚜렷하다. 고 대표는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가타부타를 논하지 말라”며 “일단 뭐든지 한 번은 해보고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어떻게 하냐는 말에 “어려우면 함께 빨리 풀어내는 해법을 생각하자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꿈은 `홍합 밸리 운영`이다. 홍합 밸리는 홍익대·합정에 위치한 IT 기업들을 뜻하는 말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 방식과 스타트업 생태계 운영을 보고 배운 것이 많다”며 “한 달에 한번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사업 모델도 서로 조언해주면서 발전적으로 커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고 대표는 “아세안+3(한중일)의 `실리콘 밸리` 성지를 2020년까지 한국에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중일 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를 성지로 느끼는 것처럼, 아시아권 사람들이 IT에 성공하려면 한국으로 와야 한다는 방정식을 만들고 싶단 의지다. 그는 “홍익대는 공항철도가 한 정거장밖에 안 돼 지리적으로도 좋다”며 “또 다른 밸리는 제주도에 만들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의 회사에는 6급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관두고 합류한 직원도 있다. 고 대표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그 만큼 고 대표는 액티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고경환 에이엔티홀딩스 대표의 성공 키워드
1. 경험하지 않으면 함부로 말하지 말라
경험하면서 온 몸으로 체득하라. 체득하지 않고 상상으로 구체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온몸으로 느끼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라.
2. 세 가지 생각으로 살아가라
남과 다른 방향에서 다르게 생각하기, 본인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나쁘게 생각하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춰서 생각하기. 3가지 생각하는 방식으로 모든 일에 적용하라.
3. 인간 복덕방이 돼라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스마트해진다고 하지만 결국 의사 결정은 사람이 한다. 사람이 모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인간 복덕방이 돼서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돼라.
에이엔티홀딩스는 지난 2008년 일본을 시작으로 이듬해 IT 산업의 혁명을 일으키겠단 목표로 설립됐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자문 서비스, 뉴미디어 사업,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네트워크 및 관련 시스템 전문 업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모바일 기반 수출 유망 중소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에이엔티홀딩스는 호텔, 음식, 여행, 골프장 등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앱을 개발했다. 모바일 예약 및 결제 앱인 `호텔엔조이`를 비롯해 `에이스 골프` `라이브투어 료칸` `나가사끼 재팬` `사세보 재팬` `예스 리더` `투어 캐빈` 등이다. 중요 무형문화재를 소재로 한 `한국의 혼`과 `한옥 체험살이`는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앱이다.
이 회사는 서울시가 올 상반기에 진행한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서울시와 산하기관 등에서 세제 혜택을 비롯해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조건 우대, 기업홍보 및 마케팅 판로 지원, 청년 인턴십 추가 지원 등 행정·재정적 혜택을 제공받고 있다.
이력
기업 현황
매출 추이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