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와 상호 변환과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김승환 포스텍 교수(물리학과)와 최지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공동연구팀은 살아있는 쥐를 이용, 생체 뇌신호로 의식 상태를 정의하고,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전환할 때 일어나는 임계전이현상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뇌에서도 부분적으로 깨어있는 뇌부위가 있고,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뇌에서도 부분적으로 활동이 정지된 뇌부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뇌피질시상회로 내에서 밝혔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는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의학, 예술적 관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제지만, 아직 수수께끼 영역으로 남아있다.
연구팀은 걷고 있는 쥐에 마취제를 주사한 뒤 운동과 촉각인지에 관련된 신호를 대뇌피질과 시상회로에서 측정, 뉴런이 정보전달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특정 뇌파를 추적했다.
이들은 통계물리학적 방법을 신경과학에 적용해 뉴런이 정보전달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변수로 만들어 의식과 무의식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 결과 의식을 잃거나 찾을 때 뇌의 상태가 급작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두 상태 사이에서 큰 요동을 보이며 바뀌는 임계전이현상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변화가 자성계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변화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른 경로를 따르며, 이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물리학과 신경과학의 학제 간 연구로 일궈낸 이 연구성과는 의료사고 방지 등을 위해 학계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대리표지자(surrogate biomarker)`개발에도 활용되는 것은 물론, 의식과 무의식 상태의 정보흐름 구조를 규명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s)=물질의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 상태와 다른 상태 사이의 경계 지점에서 큰 요동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는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크게 다른 반응이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