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 이노베이션리더 / 박성칠 전 대상주식회사 대표(현 고문)

박성칠 전 대상주식회사 대표(현 고문)는 위기에 빠졌던 대상을 살려낸 구원투수 였다.

올 봄 퇴임한 박 전 대표가 이끈 3년 동안 대상의 주가는 세 배 이상 급등했다. 취임 이후 수출길 개척 3년 만에 수출량이 3배 이상 늘었고 식품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자랑하는 최고 수출 매출 신장률 기업이 됐다. 직원 수는 30% 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600억원(2009년)에서 1050억원(2011)으로 뛰어 올랐다. `청정원` 브랜드로 잘 알려진 식품회사 대상에서는 이 기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가 대상에 취임하기 이전 출간했던 책은 연일 히트를 쳐 이미 경영학 스테디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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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실행력`이 기업의 살 길…DNA 바꿨다=2006년 당시 `고문(자문역)`으로 대상과 인연을 맺었던 박 전 대표는 임원과 직원들의 일하는 방법과 평가 방식, 그리고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CEO로 취임하기 전 이었지만 경영혁신 조언자 역할을 맡았다. 앞서 삼성전자에서 제품별 책임 체계를 정립하고 빠른 공급망관리(SCM) 혁신을 주도했던 그는 식품 회사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일궈냈다.

그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시장을 보는 눈의 높이다. 오차 없이 봐야 맞춰 움직일 수 있다. 더 빨리 보면 먼저 움직일 수 있고, 정확히 한발 앞서가면 경쟁에서 이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시절부터 체득해 온 `성공하는 기업의 DNA`다. 많은 IT 기업들도 이를 모방하고 있지만 쉽고 뻔해 보이는 이 논리를 실천하려면, CEO가 직접 관여하면서 기업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해 만만치 않다.

박 고문은 “시장을 보는 눈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계획대로 실행`”이라고 말했다. 대표였던 그가 직접 매주 영업·판매 직원들을 눈물 콧물 빠지도록 혼내며 `이번 주에도 계획대로 팔았는지` 물었던 이유다. 그 앞에서는 계획한 량보다 많이 팔아와도 호통만 돌아왔다.

핵심은 계획량 그대로 판매량을 `똑같이` 맞추는 데 있지 않다. 단순히 재고량 혹은 결품량을 줄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바로 `왜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가`를 들여다보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을 보는 역량이 높아지는 것이다. 박 고문은 “계획대로 판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판매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꿰뚫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며 “보다 정확해지는 계획의 주기를 주 단위로 단축하면 시장이 움직이는 센서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고문은 이를 두고 `신속한 실행력`이라 했다. 요즘처럼 경기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취향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 신속한 실행력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 분명히 메시지가 오지만 이를 알아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실행해보니 이것이 틀리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며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빨리 알아차리면 잘못된 작전을 다른 작전으로 대체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계획은 `주` 단위로…조직 바꿔라=박 고문이 삼성전자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계획대로 실행` 이론을 담아 대상에 취임하기 직전 썼던 `SCM 프로세스 혁신` 도서는 이미 경영학 부문 스테디셀러가 됐다. 하지만 대상처럼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몇 가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이에 대해 “제품 단위 별로 의사 결정이 가능토록 해 책임 소재를 뚜렷하게 하고, 계획은 주 단위로 세워 작은 변화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월 단위로 실적을 돌아보고 차월 계획을 세운다. 지난달 세운 계획이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도 분석 없이 얼렁뚱땅 넘어갈 뿐더러, 다음 달 계획도 주먹구구식이다. 문제는, 회사가 어느 방향으로 잘못 가고 있는 지 전 직원이 알지 못하는 데 있다.

박 고문은 “100개를 팔겠다고 계획을 세운 영업직원이 200개를 팔아오는 것이 경영에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 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들이 `영업사원이 생각하는 량` 보다 더 원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시장을 이미 잘못 헤아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주 단위로 계획을 체크하는 것과 더 빨리 시장을 감지해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도 중요하다. 계획한 대로 생산하고 조달하려면 하나의 제품에 대해 판매·생산·구매·영업 등 업무가 묶여 있어야 한다. 서로 조직간 이견 다툼을 하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올 수 있다.

각 부서별 핵심성과지표(KPI)를 잘 설정해야 하는데, 회사 관점에서 이익이 가장 많이 남으려면 각 업무 영역이 아닌 제품별로 책임자를 두는 게 가장 유리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비즈니스매니저(GBM) 조직 체계 원리다.

박 고문은 “부서와 법인 간 손익을 따지다 보면, 회사에 잘못된 일을 한 개인이 도리어 좋은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평가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 체계를 만들고 조직간 이견을 조율하는 혁신 조직에는 최고의 인재를 투입해야 한다.

◇`창의력과 즐거움`이 개선의 단초=박 고문이 중요시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창의력`이다. 직원 스스로 즐겁고 여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바로 모든 개선의 시작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아무리 유능한 임원도 12시간 동안 생산 라인에서 단순 노동을 반복하게 하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없다”며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것은 모든 혁신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휴가 준수율을 KPI에 반영하고 강제 퇴근을 실시했던 그의 말이라 허투가 아님은 분명하다.

빠른 실행력을 갖되 회사를 더 나은 방향을 이끌 수 있는 아이디어가 살아있는 기업이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하는 기업의 DNA다. 박 고문은 “최근 실적이 안 좋거나 자꾸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시장에 대한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망하는 기업의 원인은 특정인이나 경쟁 기업 때문이 아닌 기업 자신 스스로에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체질을 개선해 어떤 기업이든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에서 직접 그 마술을 체험한 박 고문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 빠른 실행력으로 세계를 주름잡길 바랐다.

◆박성칠 전 대상주식회사 대표(현 고문)는.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와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를 거쳤으며 1993년 삼성전자 경영혁신팀에 입사한 후 삼성SDI 경영혁신본부장,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장(전무)을 지냈다. 2006년 대상의 경영혁신 담당 고문으로 온 이후 2009년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지나 3월 퇴임하고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전자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SCM프로세스혁신`을 저술했으며, 이어 대상에서 쌓은 경영 혁신 사례를 두 번째 책을 펴낼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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