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전력수급 현장 이원 생중계] 한톨의 전력도 흘리지 않는다

“원래 고무신 장수가 구멍난 고무신 싣는 법이죠.”

11일 아침 일찍부터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자 분당복합화력발전소 현장 직원의 말이다. 이날 분당복합화력은 전력거래소와 함께 전력 관계기관 합동 훈련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런 전력피크로 훈련은 예고없이 실제상황으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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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관호 분당복합화력발전처장

분당복합화력은 총 설비규모 900㎿의 발전소로 8개의 가스터빈과 2개의 스팀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수도권 내에 전력과 열을 공급하고 각지에서 수도권으로 전송되는 전력의 품질을 보조해주는 역할도 한다.

오전 9시 40분경 분당화력에 도착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는 이날의 추위가 예사롭지 않음과 동시에 모든 발전소가 쉴새 없이 가동 중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발전처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두컴컴한 복도였다. 발전소 내 사용전력을 줄여 각 수용가에 보내는 전력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복도 조명을 모두 소등했다. 전력위기 대응을 위해 한톨의 전력도 흘리지 않는다는 의지다.

최관호 분당복합화력발전처장은 “아침부터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예고되었던 훈련이 취소됐다”며 “현재 모든 발전소가 최대출력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을 벗어나 발전소 현장으로 자리를 이동하던 중 “전력수급 위기에 따라 소내 전직원은 난방기 가동을 중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사내방송이 들려왔다. 그나마 최저 온도를 유지하던 난방기의 전원까지 내리는 순간, 발전소에서 전력을 쓰는 것이라곤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한 필수 기기와 전력수급현황 모니터가 전부였다.

상황실에 들어서자 전력수급의 긴박함을 알 수 있었다. 이미 8개의 가스터빈이 풀가동을 하고 있었고 비상상황과 동시에 현장 간부들은 안전모를 챙기고 하나 둘씩 현장 시찰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지시가 오가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예상했지만 모든 작업과 조치는 마치 틀에 맞춘 시나리오처럼 진행됐다.

양대근 발전운영실장은 “동계전력수급에 앞서 3개월 넘게 매일 같은 훈련을 반복해왔다”며 “이제 비상대응이 직원들의 몸에 습관처럼 베어 있다”고 말했다.

분당복합화력은 전력생산과 함께 분당·수지 지역에 열을 공급하는 설비다. 하지만 이날은 두 개의 블록 중 하나만 열을 공급하고 나머지 블록은 열 생산을 중단한 채 전력 생산에 집중했다. 복합화력에서 흔히 말하는 `최대 전기모드` 운전에 들어간 셈이다. 분당복합화력은 최대 전기모드 운전을 할 경우 블록당 30㎿의 전기를 더 송전할 수 있다.

발전소 급수장치인 가압설비도 전원을 내리고 물탱크에 저장해 놓은 물을 끌어다 쓰고 폐수처리장과 수처리장도 잠시 가동을 멈춘채 오폐수를 탱크에 저장하고 있었다. 전력수급 경보가 `관심`에서 `주위`로 격상할 때를 대비해 비상발전차량도 대기 중이다. 하지만 이런 부가설비들의 전원을 언제까지 꺼놓을 수는 없다. 최대 전기모드 운전을 하고 있는 2호 블록을 대신해 열을 공급하는 축열조의 용량 등을 감안하면 버틸 수 있는 최대 시간은 3시간 남짓, 이 시간 안에 예비전력이 안정권을 찾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다행히 11시 40분경을 지나면서 예비전력이 상승, 숨통이 틔였다. 하지만 조명과 엘리베이터 등 필수적이지 않은 설비들의 전원은 여전히 꺼진 상태다. 전력수급 경보가 완전히 해지되기 전에는 방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당화력 상황실 근무자는 “원래 전기를 만드는 곳이 전기를 마음 놓고 못 쓰는 법”이라며 “이제는 습관이되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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