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암(ARM) 기반 서버용 CPU 개발에 나선 것은 저전력 서버가 미래 유망 분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CPU를 넘어 서버 시장까지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체력을 키우면서 서버용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도 한 요인이다. 탄력 받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왜 ARM인가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에 따른 데이터 처리 규모가 급증하면서 서버 업계는 전력소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서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비용이 상당하다 보니 이를 낮추기 위한 시도들이 잇따랐다.
암은 저전력 반도체 설계 분야 선두다. 이미 스마트폰·스마트패드에서 성능이 입증됐다. 더욱이 암은 서버 용도로 쓸 수 있을 만큼 고성능을 지원하는 64비트 프로세서 설계까지 개발을 마친 상태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어온 삼성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할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암 관계자는 “ARM 기반 서버를 이용했을 때 전력 소모량은 기존 제품 대비 4분의 1을 줄일 수 있으며 최고 10배까지 인증 소프트웨어 구동 속도를 높여준다”며 “모바일에서부터 인프라, 서버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된 컴퓨팅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타사와는 차별화된 반도체 설계를 위해 암과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체결한 건 서버용 CPU 사업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AMD 부사장 출신 팻 패틀러 등 서버용 CPU 개발 인력을 올 초부터 대거 채용한 점도 맥을 같이한다.
◇삼성 대 인텔 대결 구도 성립
삼성의 이번 서버용 CPU 개발은 인텔과의 본격적인 충돌을 의미한다. 인텔은 세계 서버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AMD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비해 삼성은 그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체력을 키웠다. 또 서버에서 중요한 메모리 기술 및 양산 능력도 세계 최고다. 인텔과의 경쟁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인텔은 모바일 분야로 진입을 서두르며 삼성과 충돌을 시작했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된 암 기반 서버용 CPU가 소호 오피스와 같은 소형 제품에 쓰일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선, 보급형 제품 위주를 놓고 인텔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인텔도 저전력 프로세서인 `아톰` 기반의 서버용 제품을 개발, 견제한다.
◇삼성 서버 사업도 재도전하나
삼성이 수년 전 접은 서버시장에 다시 진출할 것인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서버 CPU 개발을 완성하면 서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서버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반도체) 디자인 차별화라는 무기가 있고 서버는 운용체계가 꼭 윈도여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이 사업에 진출한다면 소호 오피스용, 홈 네트워크용과 같은 마이크로서버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