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충전기 업체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해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생각만큼 시장이 열리지 않자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3일 업계 따르면 피앤이솔루션·중앙제어·시그넷시스템은 중국과 일본, 미국을 주축으로 내년 해외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 급속 충전기 개발 기술을 가진 유일한 기업이다.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가 한정된 데다 내년도 정부 보급 사업마저 대폭 축소됨에 따라 예정보다 빨리 해외 시장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피앤이솔루션은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이미 현지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로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이나 주문생산방식(OEM)의 진출을 최종 검토 중이다. 중국 내에서도 전기차 산업이 활발한 지역에 우선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피앤이솔루션은 최근 일본 차데모(CHAdeMO) 인증을 획득, 일본 대형 유통업체와 OEM 공급도 추진한다. 시그넷시스템은 일본의 마루베니 상사와 해외시장 공급 계약을 맺고 북미, 중남미 시장에 진출 중이며 중앙제어도 최근 차데모 인증을 획득해 일본과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3년까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 3만2000대와 완속 및 급속 충전기 5000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2015년까지 48억위안(8400억원)을 투입해 50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SGC는 북경과 심천 등을 포함한 대도시를 주축으로 6252개의 충전기를 설치하며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급사업 실적 저조를 이유로 올해 800억에서 내년도 예산을 279억원으로 축소했고 민간부문 보급 예산은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업계 한 사장은 “국내 전기자동차 산업은 다른 국가들과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구입할 전기차가 한 종류뿐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시장성과 접근이 용이한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