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의 고객들이 대거 삼성전자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대만 디지타임스, 미국 IT 전문 블로그 슬래시기어 등은 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애플이 삼성전자에 맡겼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수탁생산을 대만 TSMC로 옮기면서 기존 TSMC의 고객이었던 퀄컴·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특허소송을 내세워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를 순차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AP 생산을 TSMC로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TSMC가 맡아야할 애플 AP 생산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사에 대한 물량 안배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퀄컴과 엔비디아 등의 물량이 순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디지타임스는 내년이면 수탁생산을 맡기는 팹리스 업체들이 대거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경우, 연간 2억개에 달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AP칩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최근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한 두개 공장을 특정 고객에게 몰아줄 의향이 있다”고 밝혀 업계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애플과 관계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만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애플 차세대 AP물량을 확보하면 3조원의 신규 수익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 역시 지난 8월 TSMC에 전용라인을 구축해달라며 10억 달러 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J.T. 수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TSMC가 투자를 늘리면서 내년 4분기에는 애플 칩 양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지난 23일 TSMC가 14라인 6기 착공식을 가진 것도 애플을 위해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가트너는 TSMC 생산능력이 2015년 지금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앙상 이 TSMC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내년 1분기 7기 착공식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