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열린 문재인-안철수 후보 TV토론회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리는 단일화 TV토론회인 만큼 한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졌다. 다만 두 후보가 종국에는 손을 잡고 함께 가야할 동반자라는 점을 인식한 듯 선을 넘는 과열 양상은 빚어지지 않았다.
◇어색한 첫 TV토론
토론회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두 후보와 사회를 맡은 정관용 교수를 제외하고는 패널이나 방청객 없이 진행된 탓에 현장 스튜디오도 다소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당사자들 역시 첫 대면 TV토론회여서 그런지 긴장된 표정이었다.
토론회가 끝날 무렵 사회자가 “두 후보가 웃지 않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결국 두 후보 모두 평소 스타일 대로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을 마쳤다.
◇문, 초반 분위기 선점
기존 대선 후보 토론회와 달리 치열한 공방은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문 후보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두 후보가 한 번씩 주도권을 갖고 문답을 이어가는 본 토론이 시작되자 문 후보가 초반 기선을 잡았다. 문 후보는 첫 질문부터 단일화 조사 방식과 관련해 안 후보가 “처음 주장한 것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공격했다. 현재 단일화 협상이 난항에 빠진 것은 안 후보가 절충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달리 안 후보는 첫 주도권을 잡은 토론 순서에서 문 후보를 공격하기 보다는 정책 비전과 의지를 `질문`하는데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안, 특유의 화법으로 반박
몸풀기에 이어 토론이 중반부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양 후보 모두 팽팽한 정책 토론을 진행했다. 수비에 집중하는 듯했던 안 후보도 문 후보 답변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세를 취했다.
외교·안보 토론 과정에서 문 후보가 “세상에 요지부동의 (정책) 로드맵이 있겠나”라는 말을 하자 안 후보가 바로 지적에 나섰다.
안 후보는 “지킬 수 있는 약속이라는 관점에서는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문 후보를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가 “유연하게 신축성 있게 조정도 할 수 있다”고 대응하자 안 후보는 다시 “인수위가 한달도 안 남았다”며 명확한 정책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일화` 놓고는 팽팽
두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단일화 얘기가 나올 때면 서로 힘을 모으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문 후보는 실무진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에게 제대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 수 `조정`이 축소와 개편으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안 후보는 “조정이라고 하면 확대는 아닐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하지만 두 후보는 보통의 대선 후보 토론회와는 달리 상대를 코너로 모는 공격은 하지 않았다. 토론회 초반 단일화 조사방식을 절충하지 않고 있다는 문 후보 지적을 안 후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문 후보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