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이 최근 선진국 핵심 원천기술을 흡수하면서 `양산` 강국에서 `기술` 강국으로 나아간다.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는 LCD패널의 성능·원가 개선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들여오기 위해 해외 선진기업과 제휴를 추진 중이다. 주 대상은 일본업체들이다. 판로를 잃은 일본기업은 생존을 위해 한국기업의 손길에 응답했다. 직접 한국기업을 찾아 기술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다.
일본 옵토디자인은 LCD 백라이트유닛(BLU)에 사용하는 발광다이오드(LED)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회사와 기술 라이선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ED칩을 줄이면서 밝기를 유지하면 원가절감은 물론이고 전력소비량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다른 BLU업체인 A사도 최근 이 소식을 듣고 삼성을 찾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어서 제휴가 무산됐으나 일본 강소기업들의 구애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은 LG디스플레이가 일본 박막트랜지스터(TFT) 제조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필테크와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필테크는 진공상태가 아닌 일반 대기 중에서 TFT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 회사는 샤프의 지원 아래 상용화를 서둘렀지만 샤프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인 LG디스플레이와 협력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흡수도 활발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봉지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바이텍스라는 기업에서 특허권을 사들였다. 사전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바이텍스의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만 쓸 수 있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앞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인광재료 분야에 독보적인 미국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와 특허 및 기술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인광재료는 형광재료보다 발광효율이 네 배 이상 높고 수명도 길다. 일본 호도가야화학과 OLED 소재 공동개발을 시작하면서 자회사 지분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대표적 소재기업인 이데미쓰코산으로부터 독점적으로 OLED 발광소재를 공급받는 것은 물론이고 단말구조 기술까지 전수받고 있다. 이데미쓰코산은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주에 공장을 설립한다. 내년 1월 가동 예정이다.
신일본제철주금화학(신닛테쓰스미킨)도 한국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다. 최근 한국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할 주재원을 파견했다. 강화유리를 대체할 플라스틱 패널과 컬러레지스터, OLED 발광소재 등을 전략 품목으로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국은 공격적인 선제 투자와 뛰어난 생산기술로 디스플레이 강국 위치에 올랐으며 이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술 강국으로 독주한다”고 말했다.
해외 기술기업들의 제휴 현황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