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 주도권을 둘러싼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소기업청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두 부처 역할 조율 실패 속에 중복사업 논란과 예산 경쟁이 이어져 대학 창업 지원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교과부의 내년 직접 창업 예산은 15억원으로 올해 20억원에서 5억원 줄었다. 중복사업 예산을 줄인다는 기획재정부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원래 교과부는 벤처동아리 지원과 창업 강좌 확대 등을 이유로 내년 예산 100억원을 신청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에 중기청은 창업선도대학 관련 예산이 올해 250억원에서 내년 402억원으로 증가했다. 사실상 재정부가 대학 창업 지원 핵심 부처로 중기청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두 부처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두 부처 갈등은 교과부가 대학 창업 지원을 주요 사업으로 들고 나온 올 초부터 깊어졌다. 대학 창업교육을 교과부가 맡고 중기청은 사업화 지원 등 교육 이외 사업에 집중하자는 것이 교과부 방침이다. 대학 교육 주무부처로 창업에 대한 대학 전반의 변화를 가져올 실질적 영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중기청은 지난 10년간 창업 교육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히 예산을 투입해온 만큼 교과부보다 해당 사업 운영 역량이 뛰어나다는 입장이다. 중기청이 수행한 창업 교육보다 교과부는 대학 창업과 입시제도 정비,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대학 창업 교육을 주도하고 싶어 하지만 올해 주요 활동은 페스티벌과 엑스포, 지역 순회 행사 등 단기 이벤트 위주였다”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창업 교과과정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진행한 행사도 중기청 기존 프로그램을 이름만 바꾼 것으로 사실상 중복”이라며 “중기청 행사를 모방하며 기존 사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과부만이 할 특색 있는 사업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측은 “중기청이 모든 대학 창업 교육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과부는 창업교육센터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모든 대학이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기청 행사가 창업 독려를 위한 것이라면 교과부 행사는 기업가정신 확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며 “중기청과의 원활한 협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와 중기청 모두 내년에도 올해 주요사업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부처 간 역할 조정은 힘들 전망이다. 당연히 갈등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창업 관계자는 “두 부처가 이름만 다른 행사를 진행하며 대립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대학 창업 열기 확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교과부와 중기청이 원만한 역할 조정 속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 협조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