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유지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도 차세대 자동차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2020년경에는 전기차가 대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전기차 기술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고가의 차량 가격과 배터리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배터리 용량·충전 시간·속도 등이 기존 자동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전기차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게 하는 세계 곳곳에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기 때문이다.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한다거나 배터리 용량을 대폭 확대한 기술 등이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한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가 될 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충전시간과 방식 획기적 개선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전기차는 리튬이차전지를 배터리로 사용한다. 리튬이차전지는 여러 보완점이 필요한 데 그 중 하나가 충전 시간이다. 현재는 고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30분 정도 걸리고,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최대 4~6시간까지 걸린다. 급할 때 사용하기에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의 주유시간이 1~2분 정도인 것과도 비교된다. 느린 전기차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조재필 교수팀은 리튬이차전지 출력과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새로운 양극소재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차전지용 전극소재는 주로 분말 형태다. 이 분말 입자의 크기를 줄이면 충·방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전극 밀도가 떨어져 전지 용량이 줄어든다. 용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면 전지 크기가 커져야 하는 단점이 있다.
조 교수팀은 분말입자를 20나노 크기로 줄여 1차 입자를 만들고, 이를 수크로즈라는 흑연전구체가 포함된 용액에 녹인 뒤 가열하는 방식을 적용해 2차 입자를 제조했다. 나노 입자들이 뭉쳐 마이크로 크기 입자처럼 변하면서 분말 부피는 기존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열처리로 흑연 성분이 입자 표면을 코팅해 전기 전도율도 크게 향상됐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리튬이차전지 기술에 비해 충전 시간을 최소 30분의 1에서 최대 12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고, 단 6초 만에 50%의 전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은 1분 이내에 완전 충전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달리면서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스탠포드대 자동차 연구센터 산후이 판 연구원은 도로에 자기코일을 묻고, 자동차 코일과 공명하는 방식으로 무선 충전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이 기술은 정확한 음으로 정확하게 노래를 불러 창문을 떨리게 하는 오페라 가수와 비슷한 방식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2007년 MIT 연구진도 자기공명을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두 개의 물체간 전력 이동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었다.
판 연구원은 자기공명 방식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갖춘 도로를 전기차가 정해진 속도로 주행하면 충분히 무선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충전방식 개선은 물론이고 배터리 크기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퀄컴도 전기차 무선충전 사업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한 번 충전으로 1000㎞ 주행
현재 개발된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최대 200㎞ 수준이다. 고속전기차는 135~160㎞, 저속전기차는 75㎞ 내외가 한계다. 장거리 운행시엔 중간에 충전을 여러번씩 해야 해 불편하다. 더구나 충전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실적으로 가까운 시내 주행 외에 전기차를 쓰기 어려운 이유다. 때문에 충전거리를 늘리기 위한 기술 개발도 분주하다.
일본 도요타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를 주행하는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도요타는 내부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배터리를 연구한다. 배터리에 열을 잘 견디도록 하는 난연제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히라야마 마사아키 도쿄공업대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를 소형 전기차에 적용하면, 한번 충전으로 주행거리가 최대 1000㎞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목표 상용화 시점은 2015~2020년이다. 최근 일본 NEC는 리튬이온전지 용량을 약 30% 확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하는 기술이어서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NEC의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를 사용하면 한번 충전으로 최대 주행거리가 260㎞까지 늘어난다. 상용화된 전기차 배터리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NEC는 2년 내 상용화를 예상했고, 가격과 수명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쓰다자동차는 히로시마대학과 배터리 용량을 약 80% 늘릴 수 있는 전극 재료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름 직경이 수백 나노 미터인 구형탄소분자를 사용해 용량당 무게는 절반으로 줄이고, 전기차 주행 거리는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쓰다자동차는 2016년 안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