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 전환’ 국민은 불안하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4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디지털 전환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 중인 수만 가구가 TV를 보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미전환 가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아날로그 방송을 직접수신하는 가구가 수도권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방은 이미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거나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청으로 `TV 먹통` 위기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수도권의 12만여 가구가 디지털 전환이 안 돼 아날로그 방송 중단 시 TV를 보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 방통위는 수도권 가구의 1.5%에 지나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하지만, 절대 적은 가구가 아니다. 만약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내달 말까지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으면 민원 폭주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방통위는 이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자막고지방송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내년 3월까지 정부 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자신문 취재 결과 디지털TV를 이미 설치한 가구도 TV를 못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방송 직접수신이 안 되거나 채널 설정 미숙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 중인 가구가 9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전환 가구까지 합치면 아날로그 방송 종료 시 TV를 볼 수 없는 가구가 무려 20만 가구에 이른다는 얘기다.

정부가 올해 최대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한 시간을 남겨놓고 `벼락치기`식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간 아날로그TV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문제에만 집중해온 정책의 아마추어리즘이다. 디지털로 전환해도 방송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여러 허점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 또 어떤 허점이 터져 나올지 불안하다. 디지털 전환은 한국 방송산업 빅뱅을 불러올 기념비적인 국책 사업이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전환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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