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대폭 줄인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자치단체에 지원하던 보조금과 기술개발사업 예산도 큰 폭으로 줄였다.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경기도가 복지사업과 하천 토목사업에 치여 지역경제를 떠받칠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를 너무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기도가 최근 도의회에 승인 신청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도내 지역경제 진흥을 위한 경제투자실 예산이 올해 본예산에 비해 23.5%(516억원) 줄어든 168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경정을 통해 증액한 올해 최종 예산 2756억원의 61% 수준에 불과한 요구액이다.
과별로는 투자진흥과 예산이 올해 260억원에서 내년 21억6000만원으로 무려 91.7%나 줄었다. 올해 215억원에 달했던 외투기업 단지 조성 예산을 내년에는 전혀 잡지 않은 영향이 컸다.
에너지산업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예산을 96억원에서 28억원으로 68억원 줄이는 등 에너지관리 및 절약사업 예산을 100억원 이상 감액했다.
기업정책과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지원 분야 예산을 대폭 줄였다. 특히 중소기업 자금지원 예산을 120억원이나 삭감했다. 광특예산 지원을 받아 자치단체에 제공하는 산업단지 공업용수도 건설지원 예산만 46억8000만원 늘렸을 따름이다.
과학기술과 예산도 71억4800만원이나 줄였다. 기술개발사업을 포함한 신기술 개발 및 사업화지원 예산을 67억원 줄이고,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육성을 위한 신산업 연구개발 지원 예산도 10억원 이상 줄였다.
출연기관 가운데 한국나노기술원 운영지원금을 10억원에서 7억원으로 3억원 삭감한 것도 눈에 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운영지원금을 5억원에서 35억원으로 늘리기는 했으나 이는 지난해 정치적 이유로 줄였다가 추경에서 원상 복구한 내용이라 실제로는 증액과 거리가 먼 사항이다.
반면에 경기도가 내년도 주요 투자사업으로 강조한 일자리 창출 예산은 고작 11억3400만원 늘린 것이 전부다. 일자리정책과 예산은 올해 411억7700만원에서 421억600만원으로 9억2900만원 늘렸고, 경기일자리센터 예산은 51억5400만원에서 53억5900만원으로 2억500만원 증액했을 뿐이다.
이에대해 경투실 한 관계자는 “예년에는 부서별 예산 계획을 공유해 서로 예산을 조율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쉬쉬하며 자기 부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상황이라 힘없는 경투실 예산만 대폭 줄어들었다”며 “예산을 짜는 원칙이 없어져 버린 듯한 분위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투실 예산안이 전년도 최종 예산의 67%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도의회 경투위(현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위원들은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본예산은 고작 120억원 정도 늘리는데 그쳤을 따름이다.
추경을 통해 어느 정도는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본예산은 크게 줄였다가도 추경에서 보충해주는 상황이 반복된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을 통한 증액은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늘었을 경우에만 가능한데 이미 내년도 세입예산을 올해보다 늘려잡은 터라 내년도 지방세 수입이 크게 증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