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와 북구에 걸쳐 3개 공장을 가동하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그린 시티`라 이름 붙여진 이 사업장은 지난 1989년 설립돼 70만㎡ 규모에 40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한다. 삼성전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백색가전의 주력 생산기지다. 제품개발과 시제품 연구, 해외 생산법인에 세밀한 공정까지 제시하는 중요 테스트베드 역할도 맡고 있다.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지난주. 공장 인근에는 제품 운송을 위한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휴대폰이나 TV라인에 비해 대형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제조 라인도 상대적으로 전통적 공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T9000, M9000 생산 박차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주력제품은 냉장고다. 특히 10월부터는 계절적 특성을 반영, 김치냉장고 제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기다.
프리미엄 제조라인에는 올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900리터 냉장고 T9000과 567리터로 김치냉장고 최대 크기인 M9000이 동시에 제작된다. 하나의 라인에서 두개 제품을 하나씩 교차로 생산하는 것은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제품과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제품을 섞어 장비 투입과 제작 대기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두 제품 모두 시장 반응이 좋아 제조라인도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생산된 제품은 제조팀과 품질검사팀에서 2단계 전수 조사를 한다. 제품 포장에도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친환경 포장재가 사용된다. 생산된 물품은 공장내부에 보관하지 않고 포장 즉시 컨테이너 박스로 이동해 즉시 배송에 들어간다. 주문과 생산, 배송과정의 확실한 연계로 불필요한 보관비용까지 최소화하고 소비자에게 가장 빠르게 제품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개발라인으로 미리 공정 최적화
삼성전자 광주공장에는 최근 주력 생산라인과 별도로 개발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본격적 양산에 앞서 개발라인에서 제품 생산을 해보면서 제조과정에서의 사소한 오류까지 사전에 잡는다. 제조자의 움직임, 준비사항까지 미리 체크한다. 이 과정은 광주공장은 물론이고 해외 생산법인에도 그대로 전달돼 최적의 제조공정을 지원한다.
이필익 제조센터 부장은 “개발라인을 거친 이후 양산에 돌입하면서 제품 대량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고 불량률도 53% 줄였다”며 “개발된 제품을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획기적으로 빠르게 전국에 동시 출시할 수 있는 것은 `기획-개발-제조-배송` 과정의 일괄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광주공장은 제품 오류를 `재해`로 간주한다. 몇 개의 불량제품이 나오는 것까지 재해로 표현하며 꼼꼼한 제조에 나선다는 의지다.
◇김치까지 알아야 최고 김치냉장고
삼성전자 김치냉장고 M9000은 최대 용량을 제공하면서도 김치냉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정온 유지를 위해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한 3중 메탈 냉각방식에 전면 에어샤워 기능까지 탑재했다. 미세한 온도 변화는 김치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상실에 격벽을 없애 수납 편의를 높이면서도 최고의 정온 기능을 확보한 것이 M9000의 최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명주 개발팀 책임은 “최고 김치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1000포기의 배추김치를 포함해 깍두기, 갓김치, 열무김치 등 다양한 김치의 최적 숙성 온도와 시간을 꼼꼼히 체크했다”며 “내부 공간마다 미세 온도 변화까지 잡기 위해 지난해에 9개 지점에 두었던 온도 체크 포인트를 올해 신제품에서는 36개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김치를 담는 캡슐의 크기와 손잡이 위치, 수납공간 배치 순서를 정하는 데는 가정주부와 주요 유통 딜러, 판매점 상담직원들 의견까지 모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광주=김승규·서인주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