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융합이 대세다. 정보기술(IT)이 주요 산업으로 소리없이 스며들고 있다. 조선·자동차·섬유 등 전통 산업과 첨단 IT가 만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힐세리온은 의료 컨버전스 분야의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40)는 “세상에 없던 휴대형 무선 초음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며 “내년 초에 상용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의 야심작은 `포켓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 기존 초음파기기는 값도 비싸고 사용도 불편했다. 반면에 포켓용 제품은 유선 대신에 무선 방식으로 휴대가 간편하다. 초음파 해상도는 좀 떨어지지만 진료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10~20% 수준이다.

류 대표는 “별도 앱으로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서 초음파 영상을 볼 수 있어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아직 상용제품은 출시 전이지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힐세리온은 스타트업이다. 회사를 만든 지 채 1년도 안 된 새내기 기업.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중기청이 주관한 국내 최대 창업경진대회에서 실전창업리그 대상팀으로 뽑혔다. `실전창업리그-슈퍼스타V`라는 이름으로 열린 대회에서 6개월 동안 160개 기업과 자웅을 겨뤄 최종 수상했다. 이에 앞서 동국대 창업맞춤형 사업화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으며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류 대표는 “이달 말 상금 1억원이 걸린 중기청 창업 왕중왕전에 나간다” 며 “공개적인 경진대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게 제일 기쁘다”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막 사업에 한발을 뗀 초짜 기업이지만 류 대표는 전형적인 융합형 인물이다. 학부에서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지금도 전임 의사로 활동 중이다.

고산과 이소연이라는 우주인을 배출한 우주인 프로젝트에 참가해 최종 1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참가자만 3만6000여명이었다. 디지젠·아이티매직·DOIT와 같은 기업 운영 경력도 가지고 있다.

“체질적으로 도전을 즐기는 타입입니다. 과학이 좋아 물리와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이후 뇌에 푹 빠져 자연스럽게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디지털 영상압축 시스템, 생체신호처리와 같은 요소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IT에 흥미가 있었고 결국 임상의 시절을 거치면서 의료와 IT를 접목한 무선 초음파기기에 눈을 떴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의사였다면 힘들었겠지만 여러 분야를 두루 경험하면서 기존 제품과 아주 다른 새로운 컨셉트의 융합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사업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지만 사회 공헌에도 관심이 많다. 내년 초에 포켓용 초음파 진단기기가 나오면 아프리카와 같은 의료 시설이 태부족한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제품 한 대를 팔 때마다 한 대를 기부하는 자선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시장도 국내보다는 해외를 겨냥하고 있다. 힐세리온은 제품 상용화 원년인 내년 4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 40억원, 2015년 144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류정원 대표는 “융합은 마치 콜럼버스 달걀과 같아 기술이 공개되면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첫 시도는 어렵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을 힐세리온에서 실현해 보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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