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워게임…결국 삼성에 고개 숙인 애플

낸드플래시 부족, 업계 "휘둘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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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반도체업체 간 `파워 게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애플은 그동안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반도체업체들을 쥐락펴락했다. 대량 구매로 가격을 크게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아이폰5 출시를 기점으로 이 같은 구매 패턴과 역학관계에 변화 조짐이 일었다. 반도체 업계엔 `이전처럼 휘둘리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고개를 들었다. 그 중심에 최근 공급 부족 상황을 맞은 낸드플래시가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 아이폰5에 탑재할 낸드플래시 공급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5 초도물량 공급에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배제된 이후 공급 재개 여부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년에 생산되는 아이폰5 물량부터 삼성전자 낸드플래시가 탑재될 것”이라며 “국내외 부품 및 OEM 업계를 중심으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도시바, SK하이닉스, 샌디스크 등과 함께 아이폰5용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비중은 10~15% 선으로 알려졌다. 이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아이폰5 초도물량에서 삼성전자가 빠진 것은 애플이 제시한 구매가격을 삼성전자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애플도 `어쩔 수 없이` 삼성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반도체 구매 물량과 가격을 놓고 장기간 줄다리기를 해왔다”며 “반도체업체 입김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급 및 구매 패턴과 확실히 달라진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로선 품질과 물량을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삼성 대체 업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최대 공급처인 도시바는 이미 이달 말까지 낸드플래시 30% 감산 정책을 유지했다. SK하이닉스 등 다른 업체도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리기 힘들다.

애플의 반도체 구매액은 갈수록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의 반도체 구매액은 내년에 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4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단일 업체가 구매하는 반도체 액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업체가 3~4개로 재편돼 공급을 급격히 늘리거나 극심한 가격 경쟁(치킨게임)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애플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반도체 고객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트와 반도체업체 간 역학관계가 수직에서 수평적인 협력 관계로 바뀔 공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연도별 반도체 구매액 (단위:백만달러)

자료:아이서플라이

반도체 파워게임…결국 삼성에 고개 숙인 애플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