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 총장 해임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서 총장과 교수협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총장 측이 이사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겠다며 이사회를 압박하자, 교수협은 더는 총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격하는 등 상호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
24일 KAIST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 총장 측 이성희 변호사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난 7월 이사회가 열렸을 당시 양측의 합의문을 공개했다.
당시 양측은 이사회에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하지 않는 대신, 서 총장이 3개월 뒤에 물러난다는 비공개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성희 변호사는 "오명 이사장이 먼저 합의 내용을 유출하는 등 약속을 어겼다"면서 "서 총장이 이사장에게 써준 사임서는 합의를 이행한다는 조건에 따른 부속서류이기 때문에 약속을 어긴 지금 시점에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가 총장에 대한 계약을 해지한다면 남은 임기에 대한 연봉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 측은 오명 이사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이사회 이후 지난 회의 내용을 증거 자료로 갖고 있으며 관련 사실을 부인하면 언론사에 공개하겠다"라는 내용 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AIST 교수협의회도 이사회에 메일을 보내 서남표 총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서 총장이 일방적으로 국감 직전에 기자회견을 하고 마음대로 3월에 나가겠다고 한 것은 철저히 계산된 기만"이라면서 "차기 정권까지 가고 싶다고 하는데 후임 총장 선출과정에 관여하고 자신의 후일을 보장해 보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서 총장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우선 파격적인 약속을 제시하고 적절한 시기에 약속을 깬 뒤 약속한 상대를 공격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 "총장의 3월 사퇴 약속은 또 다른 국면전환을 위한 속임수"라고 역설했다.
교수협은 "교수들은 25일 이사회가 지나면 서남표씨를 총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KAIST 이사회는 서남표 총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KAIST 학생회도 25일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해임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총장실을 점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KAIST 이사회가 서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구성원 반발로 학내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장에 대한 사임서가 처리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도 총장 측에서 소송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여 KAIST 앞길에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전국취재팀 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