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은 시작일 뿐" 글로벌 특허전쟁 이제…

글로벌 특허전쟁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특허 전쟁 8대 승리 전략, 국내 기업의 특허소송 현황, 특허소송 주체별 현황

`삼성·애플 특허전쟁은 시작일 뿐이다.` 국내외 지식재산(IP)업계 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애플 소송전을 시작으로 글로벌 특허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지식재산 전문기업(NPE) 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마구잡이식 소송전도 예견된다. 대기업에서 중견기업 심지어 중소기업을 겨냥한 공격도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전자신문은 그동안 글로벌 특허소송 사례와 소송전에 참여했던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이 현명하게 소송전에 대처할 8가지 전략을 찾았다.

◇언어가 힘이다

특허는 언어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특허명세서를 외국어로 변역할 때 기술 묘사와 권리 범위가 차이나기 마련이다. 대충 쓰면 `대충 특허`가 된다. 문제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다. 특허권자는 소송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속담에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는데, 특허도 마찬가지다”며 “특허가 번역될 때 언어 표현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플이 한국계 변호사 90여명을 채용한 사례도 특허 전쟁에서 언어의 중요성을 알린다.

◇경고장에 놀라지 마라

기업 CEO 대부분이 날아온 특허침해 경고(소송)장에 지레 겁먹는다. 상장이라도 한 곳은 혹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까 내부 단속부터 한다. 외국 기업의 요구에 끌려 다니게 되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에게 알리고 적극 대처하란 주문이다. 고충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부사장은 “당황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소송장에 나와 있는 내용을 따져봐야 한다”며 “충분히 증거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이 제소한 특허를 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기술거래사는 “요구한 라이선스 비용은 그쪽 의견일 뿐”이라며 경고장에 담긴 휴대폰 부품 라이선스 비용을 대당 2.5달러에서 0.6달러로 낮춘 사례를 소개했다.

◇반전시킬 역공카드를 찾아라

특허소송은 장기전이다. 반전시킬 기회가 충분하다. 발 빠르게 대처하면 역공에 성공한다. NPE 활용이 일례다. 국내에는 이제 막 떠오르지만 이미 해외에는 NPE업체만 100곳이 넘는다. 이곳이 보유한 특허로 역공할 수 있다. 일정기간 특허를 대여하는 NPE도 등장했다. 추가 공격 대비도 필요하다. LG전자와 미국 가전업체 월풀 특허소송 사례를 꼽는다. 월풀은 세탁기 소송이 마무리되자 바로 냉장고 소송에 들어갔다. 당시 LG측은 이를 예상했다. 월풀 보유 특허 20건을 사전 분석했다. 당시 소송에 참가했던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예상한 이슈에서 모두 침해 소송이 들어왔다”며 “사전 준비를 한 덕에 손쉽게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과의 동침을 모색하라

경쟁사가 특허전쟁에선 훌륭한 동지가 될 수 있다. 하이닉스·램버스 사건이 대표 사례다. 지난 2004년 램버스가 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램 메모리 생산업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김은태 SK하이닉스 특허그룹장(상무)은 “마이크론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며 “또 다른 이해 관계자인 인텔에서 램버스에 대한 기술 지원 중단 등 압박을 하는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이 승소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특허 전문가는 삼성·애플 소송이 단순히 디자인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기술 침해가 아닌 iOS 대 안드로이드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안드로이드 진영 주자로서 다른 경쟁업체와 연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선행조사, 돈 쓴 만큼 효과 본다

“외국과 우리 특허 차이는 적용 범위를 보면 안다.” 미국 특허변호사 말이다. 외국에서는 철저한 사전조사로 앞으로 개발 가능한 기술 범위를 고려해 특허를 낸다. 해외 기술동향과 앞으로의 기술 진화방향을 검토했다.

우리는 오로지 기획한 제품 하나만을 본다. 이 기술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넓게 적용되고 활용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특허범위가 좁자, 경쟁사에서 곧 유사 특허가 나온다.

문제는 기술·제품 방향이 바뀌거나 업그레이드 또는 다른 기술과 융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허 범위가 좁다보니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든지 아니면 다른 특허를 돈 주고 라이선스 계약해야 한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은 “40만원 주고 하는 선행조사는 우리가 출원하고자 하는 기술과 동일한 특허가 출원돼 있는지만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숨기려면 완벽히 해라

삼성·애플 특허소송전과 함께 떠 오른 게 `이(e)-디스커버리`다.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에 명시된 것으로 기술 개발과 생산에 관련된 조직·직원이 주고받은 e메일 등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소송전에서는 필수적으로 뒤따른 것. 예컨대 내부 기술개발자간 e메일 수발신 과정에서 `특정회사 제품을 참고하라`는 내용이 담기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다. 소송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백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디스커버리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내 보안정책이 필수다. 김길해 피애아이비 이사는 “온라인상에 모든 정보가 불리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며 “실무팀과 소송팀과의 중요한 대화는 문서가 아닌 구두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호사와 주고받은 내용은 공개 의무가 없다. 변호사를 `숨은 참조(CC)`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배심원을 유혹하라

삼성이 미국 법원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고 평결한 사람은 배심원이다. 배심원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특허 전쟁을 치르려면 배심원을 설득해야 한다. 가상 배심원을 두고 소송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모의배심재판(Mock Jury)`를 열어 배심원이 어떻게 반응할지 분석해 시나리오별로 준비해야 한다. 하이닉스·램버스 판결은 2개월 간 배심원 심의 끝에 이뤄졌다. 해당 국가에서 담당 변호사가 배심원을 설득 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총 지원한 것도 하이닉스 승소 비결이란 평가다.

◇`확전`도 전략이다

`삼성·애플 특허 전쟁은 애플이 개전하고 삼성이 확전한 소송`으로 평가한다. 애플이 삼성에 소송을 제기한 후 삼성은 판을 키워 지금은 9개 국가에서 삼성·애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확전을 하면 리스크를 늘리는 것”이라며, “삼성의 경우 승리할 것이란 확신이 있어서 확전을 택했다”고 분석한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삼성·애플 특허 전쟁이 일어나면서 삼성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고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기기 선전에 특허전쟁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특허 전쟁이 결과론적으로 비즈니스 전략에서 큰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위험(리스크)`가 큰 만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전제돼야 한다.


특허 전쟁 8대 승리 전략

"삼성·애플은 시작일 뿐" 글로벌 특허전쟁 이제…

김준배·권동준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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