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 양산은 아직 힘든 수준이다” “고해상도를 위한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도 대형은 힘들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성도 떨어진다”.
최근 개최된 `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 2012` 비즈니스포럼에서 주로 나온 이야기다. 이 행사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관련 콘퍼런스에 가면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이 “미래를 위해 시도하려는 많은 기술이 벽에 부딪혔다”가 주제다.
맹추격하는 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산업과 초격차를 벌려야 하는데 무엇 하나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생각만큼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패널 업체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각종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각사 대표들은 현 상황에 입을 열기를 꺼린다.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무엇이 어려운지는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한국에 희망이 있다.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한다.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처럼 디스플레이 산업도 초격차를 벌려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간다. 침체한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초격차를 벌릴 방안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 패널 업체들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 신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 LCD 산업은 표준화됐다. 생산 능력으로만 보면 이미 초과 공급 상황이다. 그나마 가동률을 조절해 가면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첨단이라는 이름이 항상 붙었던 디스플레이 산업은 더 이상 첨단이라고 부를 수 없을 지경이다.
고부가가치 기술에 승부를 건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모습이 정답이다. 지금 당장은 고전하지만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희망을 걸어 볼 만한 곳은 한국이다.
때론 걱정도 생긴다. 지금 같은 상황을 단기적인 사업 성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싸움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어서는 곤란하다. 늘 그렇지만 조급함은 일을 망친다. 어렵기 때문에 더욱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보경 소재부품산업부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