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말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했다. 산업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국회의원은 사실과 다른 무리한 지적으로 빈축을 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대로 반론을 펼칠 기회도 주지 않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의원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부당이익이다! 아니면 말고”
지난 9일 열린 문방위 국감에서 앞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통신 3사가 연 5.9% 단말기 할부이자로 연간 6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단말기 할부이자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주장이다. 단말기 할부이자는 가입자가 할부로 단말기를 구입할 경우 통신사가 할부채권 매입을 위한 금융권 차입 이자율과 대손비용 부담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로 인한 수익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오히려 고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할부 채권 증가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원가보상율을 근거로 SK텔레콤과 KT가 10%의 과도한 이익을 올린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다르다. 원가 보상율 제도는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지난 1982년에 도입한 개념이다. 당해년도 사업 수익규모와 요금 수준의 적정성만을 보여주는 지표다. 중장기 신규투자 여력은 고려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 100% 자기 책임 하에 자본을 조달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에 공기업 잣대인 원가보상율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의원이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을 상대로 “정액제 요금 가입자의 남는 문자요금을 통신사가 챙겼다”고 질타한 것도 정액 요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액 요금제는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을 미리 묶어서 쓰기로 약속하는 대신 일정한 할인율을 제공한다. 종량요금 대비 30%의 기본할인율을 갖고 있어 요금 할인의 효과가 있지만 김 의원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차별·불공정이다! 아니면 말고”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단말기 자급제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 MMS 등에 제한이 있다고 명기해 소비자를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통신사가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다. 해외에서 개인이 수입한 휴대폰은 품질, 내장기술에 대한 사전검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내 규격과 맞지 않아 일부 기능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약관에 명기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안내일 뿐이다.
같은 당 신경민 의원은 `안철수 룸살롱·박근혜 콘돔`으로 문제가 된 `어뷰징(검색어 조작)` 문제를 거론하며 정치적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이에 김상헌 NHN 대표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누리꾼의 클릭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되며 어뷰징 시도를 걸러내는 장치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의원은 “나는 머리가 나빠 이해할 수 없다”며 전혀 해명을 듣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
◇문방위 국정감사 `아니면 말고` 주장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