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횡령·배임건 재판 담당 판사의 인사로 금호석유화학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속히 재판을 진행해 박 회장의 무죄 판결을 받고 싶은데 담당 판사가 바뀌어 재판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재판 결과는 해가 넘어가야 나올 전망이다.
횡령·배임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4차 공판이 열린 9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 피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박찬구 회장과 4차 공판부터 새롭게 재판을 맡게 된 형사 11부 김기영 판사는 처음 만났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1~3차 공판은 유해용 판사가 담당했었는데 9월 인사이동으로 이 재판에 대한 담당자가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 재판을 인수받은 김기영 판사는 그 동안의 재판 내역을 점검하고 정확한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4차 공판을 열었다. 4차 공판에서는 재판의 진전은 없고 그 동안의 재판 과정에 대한 리뷰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다음 5차 공판은 한 달 뒤인 11월 12일로 잡혔다. 그 동안 3주에 한 번 공판을 진행했었는데, 대선기간에 돌입하면서 선거 관련 재판 일정이 늘어나 대기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올해 두 번 남은 공판으로 마무리되기 어려운 만큼, 박 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은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금호석화는 다소 김빠진 모습이다. 올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독립경영체제구축 완료, 연말로 예정된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등과 함께 박 회장이 재판에서 무죄판결까지 받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올해 여러 가지 경영 악재를 털고, 2013년을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의 깔끔한 새 출발 원년을 삼고 싶었으나 `판사 인사`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의 재판에 대해 “박삼구 회장의 박찬구 회장에 대한 항구적인 경영권 박탈 시도와 경영권을 독차지하기 위한 의도적인 제보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며 “횡령·배임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