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월이면 국감장 가는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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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때만 되면 미치겠습니다. 자료와 증인 출석 요구에.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일단 9일엔 (증인 명단에서) 빠졌는데, 다시 논의해 결정한다니 기다려봐야죠.”

국정감사를 앞두고 만난 기업 고위 임원들이 토로한 얘기다. 국감 시즌이 되면 국회의원과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인도 덩달아 바빠진다. 이번엔 어느 상임위가 증인으로 부를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 답변 준비와 국회 출석 등으로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는다. 어떤 때는 자신의 업무와 관계 없는 사안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기도 한다.

19대 국회 첫 국감에서도 기업인 증인 출석 요구는 거셌다. 문방위를 보면 당초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등에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다수 임원을 증인으로 거론했지만, 최종 명단에는 제조사 임원 두 명만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끝이 아니다. 9일 국감에서 논의해 증인을 다시 채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임원은 24일 확인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방위뿐만이 아니다. 정무위와 환경노동위도 통신사, 제조사 관계자를 증인으로 불렀다. 정무위는 이미 통신 3사 임원과 제조사 임원의 증인 채택을 확정했다.

물론 기업이 국민에게 피해를 줬거나 문제를 일으켰다면 당연히 책임자가 국감장에 서야 한다.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고 책임도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국감 때마다 반복하는 과도한 기업인 증인 출석 요구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특히 각 상임위에서 비슷한 사안을 두고 경쟁적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할 때면 보여주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국감에 연평균 200명에 이르는 일반 증인이 채택됐다. 상당수가 기업 또는 민간 단체 대표다.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 과연 이 많은 기업인을 증인으로 세울 필요가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 증인 요청 남발이 기업에 업무 차질과 이미지 하락을 가져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경총은 최근 성명서에서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올 때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들은 곱씹어 봐야 할 소리다.


권건호 통신방송산업부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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