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전력차단장치 전문 업체, 고사위기

대기전력차단장치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전문 제조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기존 배선기구 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장악하면서 진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축건물에 대기전력차단장치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0년 신축건물에 대기전력차단장치를 30% 이상 설치하도록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개정 고시했다. 업계는 연간 200~300만개의 대기전력차단장치 설치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한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대기전력차단장치 전문 제조업체들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사 등 발주처나 전기공사업체와 기존 협력하고 있는 배선기구 업체들이 대기전력차단장치 공급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선기구 업체들은 직접 제조나 외주를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기전력차단장치는 기술적 장벽이 높지 않아 특허권 등 세부 문제만 해결하면 배선기구 업체들도 어렵지 않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건설사도 사후관리 등을 이유로 영세한 전문 업체보다 기존 배선기구 업체를 선호하고 있다.

전문 업체들은 건설사·전기공사업체와 배선기구 업체가 장기간 구축한 협력관계를 깨뜨리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배선기구 시장은 아남르그랑, 파나소닉ES신동아, 제일전기공업, 진흥전기, 위너스, 스필 등 소수 업체들이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 업체들은 발주처가 직접 대기전력차단장치를 구매하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 업체 제품이 배선기구 업체보다 안전성 등에서 뛰어나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지금의 상황에서는 수 년 내 사업을 접는 사례도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창승 중원파워컨트롤스 이사는 “과열·합선·누전 등 안전성에 있어서는 전문 업체의 제품이 뛰어나다”며 “우수한 대기전력차단장치 개발을 위한 전문 업체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제품 직접 구매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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