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인증 통과하고도 '물량 부족' 추정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국내 전파인증을 받은 아이폰5의 국내 출시가 예상과 달리 늦어지면서 시판 지연 이유를 놓고 스마트폰 업계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7일 국내외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5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지 불과 이레만인 지난달 19일 국내 전파인증을 통과했다.
전작인 아이폰4S가 공개된 지 23일이 지나서야 전파인증을 통과했고 아이폰4는 공개 후 56일 후에 국내 인증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초고속` 전파인증을 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이 신속하게 전파인증을 받기 위해 제품 공개 이전에 아이폰5를 국내에 들여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전파인증 심사 기간은 나흘 안팎이지만, 전파인증을 심사하기 전에 지정된 기관에서 몇 주에 걸친 시험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애플이 재빠르게 전파인증을 마쳐 놓고도 아이폰5를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 내놓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은 궁금해 하며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추측은 제품 초기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품 공급 혹은 조립이 원활하지 않아 아이폰5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애플이 지난달 말 출시 첫 사흘간 판매량을 500만대라고 발표한 데 관해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부품 공급 부족 때문에 판매량이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이폰5를 조립·제작하는 중국 팍스콘 공장 노동자 3천∼4천명이 파업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물량 부족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팍스콘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미성년자 고용 등으로 여러 차례 노사 갈등을 빚어왔다. 애플 제품 대부분이 여기서 생산된다는 점을 들어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을 아이슬레이브(iSlave, 아이폰+노예)로 빗대어 부르기도 할 정도다.
팍스콘은 아이폰 출시 직후인 지난달 23일에도 노동자 2천여명이 시위를 벌여 싼시(山西) 공장 문을 하루 닫았다.
아이폰5 출시 지연 이유에 대해 다른 국가에 없는 SK텔레콤의 850㎒ LTE(롱텀에볼루션) 주파수에 대한 최적화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누리꾼들이 호주에서 사들여온 아이폰을 SK텔레콤을 통해 개통한 결과 이 주파수에서 LTE 서비스가 구동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다.
아이폰5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제품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없지는 않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벌써부터 아이폰5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측의 설득력은 크지 않다.
이석채 KT 회장은 "10월이면 우리에게 다시 아이폰5라는 기회가 찾아온다"고 언급했고, SK텔레콤은 아이폰5의 와이파이 속도를 높이는 스마트 채널본딩 기술 적용을 마쳤다. 양사는 아이폰5 출시에 대비해 보상판매 기준도 해외에 비해 훨씬 후하게 책정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의 소송 때문에 애플이 국내 출시를 주저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SK텔레콤과 KT 관계자들은 "애플이 왜 아이폰5의 국내 출시 일정을 확정 공지하지 못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