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2일(현지시각) IT 전문매체인 슬래시닷과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애플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고(故) 스티브 잡스 사후 1주기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애플은 최근 `간담을 서늘케하는(astounding)` 제품이나 카테고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며 “잡스가 없다는 이유로 (혁신 없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시장에 그냥 섞이는 것은 애플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잡스가 애플을 세울 당시 가졌던 `혁신의 DNA`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잡스의 사망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왕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으며 애플을 추월하기 위한 글로벌 IT 공룡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리더십 리스크`에 빠진 애플이 건재할 수 있을 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대두됐다. 아직까지는 `두고보자(wait-and-see)`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잡스 없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기업가치 지표는 좋아졌지만 제품 평가는 쓴 맛
애플은 잡스 사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잡스가 사망한 지난해 10월 5일 주가는 377.27달러였지만 1년여가 지난 이달 2일에는 661.31달러로 장을 마쳤다. 75.2%나 상승한 것. 시가총액 역시 3544억달러에서 6168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몸집이 불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쿡이 잡스처럼 통찰력과 직관을 가진 `비저너리(Visionary)`라기 보다 기업 운영의 달인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증가했지만 애플이 잡스 사후에 내놓은 제품들에 대한 평가는 줄줄이 혹평을 받았다. 유작으로 꼽히는 아이폰4S를 시작으로 뉴아이패드, 아이폰5까지 매번 `혁신이 없다` `놀라움도 감동도 없다` 등의 비판에 시달렸다. 제품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도 신통치 않다. 뉴 아이패드는 킨들파이어에 밀려 미국 스마트패드 시장 점유율 70% 아래로 떨어졌으며 가장 최근 내놓은 아이폰5는 1차 출시국이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4S보다 100만대 정도 더 팔렸다.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리스크는 여전…팀 쿡 리더십 빛 발할까
애플은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려왔다. 팀 쿡 CEO는 이런 와중에 애플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올해 초 애플은 중국 협력업체인 폭스콘의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전 세계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쿡 CEO는 즉시 노동단체와 협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을 실시했고, 직원들의 기부행위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애플스토어 직원들의 낮은 보수도 인상했다. 쿡 스스로도 애플 임원으로는 드물게 골드만삭스의 콘퍼런스에 참석해 투자자들에게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기의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소송만큼은 시선이 곱지 않다. 포브스는 지난 1일 `애플은 혁신보다 소송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평결 승리가 애플 리더십에 자만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힐난했다. 칼럼에는 “애플이 제품을 개발해 마케팅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소송의 승리에 취해 시장경쟁에서 제외돼 있는 것으로 느껴 애플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혈팬 붙잡을 신뢰감 회복이 관건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 얼마 전 애플에 터졌다.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만큼은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추구했던 잡스의 정신이 온데간데 사라진 것. 새로운 운용체계(OS) iOS6의 핵심이었던 `애플맵`이 공개직후 부실하고 부정확하다는 이용자 원성에 시달리면서다. 결국 쿡 CEO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포브스는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쿡을 해고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CNN은 “이른바 매플게이트(MappleGate)로 애플 팬보이가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잡스가 살아생전에 쌓아놓은 사용자와의 신뢰, 유대관계가 단숨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단 한 번의 실수지만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캐리 보닌 포레스터리서치 총괄 애널리스트는 “이용자와 유대는 특정 CEO나 톱 디자이너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애플은 잡스의 영향력에서 서서히 벗어나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