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영토분쟁…한국 기업까지 '불똥'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反日) 감정이 고조되면서 일본 기업과 위탁 생산 관계인 국내 기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일본 기업들은 최근 중국에서 반일 시위가 격화되자 잇따라 주재원을 철수시키는 한편 중국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일본 업체를 고객사로 둔 국내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업체는 제품 양산 승인이 늦어져 행여 타격이 있을지 전전긍긍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보타·그라시에홀딩스·미쓰비시전기·파이어니어·JVC 등 일본 주요 제조업체는 직원 안전을 위해 중국 출장을 전면 금지했다. 파이어니어 관계자는 “사내에 중국 출장 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에 있는 한국계 협력사 방문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남전자 등 일본 기업의 국내 OEM 업체들은 인건비 절감과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중국에 생산 공장을 뒀다. OEM 제조업체는 통상 제조사가 양산에 들어가기 전 고객사가 제품 품질과 공장 설비의 현장 실사를 실시, 일정 기준을 만족시키면 양산을 승인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출장 금지령으로 인해 일본 고객사의 공장 현장 실사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며 “메일과 전화로 현지 실사를 대체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일이나 구두로 양산 승인을 받으면 현장 승인보다 시간이 걸리고 제품의 품질 보장이 어렵다. 고객사가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량품 책임은 고스란히 제조사의 몫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현지 실사가 없으면 제조 공정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과정에서도 예기치 않은 불량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조사가 결국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실사 없이 양산 승인이 늦어진다고 해도 제품 출하일을 미루기는 어렵다. 최초 출하일이 계약서에 명시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하일에 맞춰 물량을 확보해야 해 물류비용도 늘어날 것”이라며 “납기일이 촉박해지면 선박보다 비용이 몇 배나 비싼 비행기로 제품을 운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 국유화를 단행한 지난 11일부터 중국 주요 도시에서 계속된 대규모 항일 시위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공안 당국도 시위대에 일본대사관 앞 시위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중국이 순시선과 해양감시선을 경쟁적으로 증강하는 등 센카쿠 해역을 둘러싼 대치가 계속돼 당분간 양국의 긴장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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