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최고 연비, 가솔린 모델 보다 저렴한 하이브리드 모델
강한 놈이 돌아왔다. 아, 아니다. 부드러운 놈이 돌아왔다. 뭐 어쨌든 수입차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처음 썼던 렉서스 ES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BMW 520d가 베스트셀러의 새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때다. 절대반지라도 가진 듯 거침없이 행진하고 있는 520d에게 돌아온 원조 베스트셀러 렉서스 뉴 ES가 과연 적수가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흥미로워진다.
한국 도요타는 렉서스 뉴 ES를 출시하면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전략을 펼치고 나왔다. 가솔린 모델인 ES 350과 함께 ES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00h를 동시에 출시했는데,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이 항상 가솔린 모델보다 비쌌던 것과는 달리 ES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솔린 모델보다 더 싸게 출시 된 것이다. 가격은 ES 350 표준형이 5630만원, 고급형이 6230만원이며, ES 300h는 표준형이 5530만원, 고급형이 6130만원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100만원씩 더 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자동차 구매 결정의 양대 기준이 가격과 연비인데 가격이 싼 하이브리드가 연비도 당연히 좋다는 것이다. 이건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그것도 무려 약 60% 정도나 더 좋다. 복합연비 기준으로 ES 350이 10.2㎞/l, ES 300h가 16.4㎞/l이다.
ES 350과 ES 300h 간에 옵션 차이는 없다. 파워트레인만 다르다. ES 350은 277마력에 자동 6단, ES 300h는 총시스템 출력이 203마력에 CVT를 장착했다. 연비는 당연히 하이브리드가 더 좋고, 가속력 등의 동력 성능에서는 가솔린 모델이 앞선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떨까? 신차 출시 당일 발표한 한국 도요타 측 자료에 의하면 당일까지 850여대가 사전 계약됐는데, 그 중 70%에 해당하는 600여대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하이브리드의 압승이다. 가격과 연비가 모두 뛰어나다 보니 가솔린 모델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월등히 더 많이 판매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두 모델을 지난 14일 서울 한강변에서부터 충북 제천 청풍호반까지 시승했다. 뉴 ES는 역대 ES에 비해 훨씬 다이내믹해진 스타일의 외관과 동급 최고 수준의 럭셔리한 인테리어, 그리고 보다 넓어진 실내 공간에서 높아진 상품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스핀들 그릴은 ES만의 우아함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위급인 GS와 같은 디자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어 GS에서 만났던 간결하고 극도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데시보드를 덮은 가죽은 복잡한 형상의 모니터 주변부까지 우아하게 잘 감쌌다. GS에 이어 ES 역시 인테리어의 고급스러움이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ES 300h의 계기판은 주행 모드에 따라 그래픽이 완전히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회전계와 속도계로 구성된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노멀 모드와 에코 모드에서는 회전계 대신 출력 사용 정도를 보여주는 계기와 함께 다양한 에코 정보가 표시된다.
동력 성능은 이전 세대 ES들도 매우 뛰어났던 만큼 ES 350은 여전히 경쾌한 달리기가 매력적이다. ES 300h는 가속력에서 ES 3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준대형에 해당하는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고, 충분히 경쾌한 수준이다. 배터리가 충분하면 전기차 모드로 주행이 가능한 것은 하이브리드의 큰 매력이다. 주행 안정감은 이전 모델들에 비해 많이 향상 됐다. 단단해진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많이 높여 주었고, 동시에 최상의 안락함도 포기하지 않았다.
뉴 ES에는 프리미엄 오디오인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과 앞좌석 쿨링 시트가 기본으로 장착되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다.
뉴 렉서스 ES, 특히 ES 300h는 그 동안 다소 멀게, 그리고 부담스럽게만 여겨졌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현실 속의 내 차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는 뛰어난 상품성을 자랑했다. 520d에 견주어도 부족함 없는 파워와 더 높은 연비, 다이내믹한 스타일에 풍부한 최고급 옵션, 그리고 동급에서 가장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갖춘 데다, 결정적으로 가격이 완전 착하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